▲ 중국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영사 등 외교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중국 여성 덩신밍. 사진제공=서울신문 |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덩 씨가 지난 2009년 8월경 한국에 입국해 ‘초특급 대우’를 받은 정황을 파악했다. 이 외에도 덩 씨는 여러 차례 서울을 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덩 씨는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한 특급호텔에 묵으며 3박4일간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데 덩 씨의 방한에 사정기관들은 물론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호텔에서도 ‘VVIP급’ 대우를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숙박비를 포함한 일체의 체류 비용을 국내에 거주하는 한 개인이 지급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 ‘스폰서’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덩 씨는 특별한 스케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호텔에 머물며 국내 유력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사정기관 주변에선 덩 씨가 중국 권력 서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위급 인사의 ‘재혼한 부인’으로 통했다고 한다. 또한 태자당(중국 고위층 인사 자녀를 지칭) 출신으로 재력과 인맥이 상당한 30대 중국 여성으로 거론되기도 했다는 것. 사정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때 덩 씨와 관련된 사안이 최고급 정보로 분류됐던 기억이 난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덩 씨와 우리 쪽 인사의 면담을 주선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수포로 돌아갔었다”면서 “비록 전화상이었지만 덩 씨가 어린 나이에 비해 굉장히 당당했던 것이 인상에 남았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덩 씨를 보기 위해 여러 라인을 가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덩 씨를 통하면 중국에서 어떠한 ‘민원’도 해결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 사업 진출을 원했던 대기업들이 필사적으로 덩 씨와의 만남에 매달렸다고 한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그룹사들은 물론 유명 개인사업자들도 덩 씨가 묵고 있던 호텔에 상주하며 만나려 했지만 상당수가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신히 약속을 잡았던 한 대기업 총수는 시간에 맞춰 왔지만 덩 씨 식사시간이 늦어지면서 호텔 주차장 차 안에서 30분간 기다려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기업의 고위 임원 역시 먼저 온 방문객을 기다리느라 덩 씨 숙소 앞에서 한 시간 이상을 대기했다고 한다.
4대 그룹 중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우리 VIP(회장님)는 비교적 수월하게 덩 씨를 만났다. 중국 사업과 관련해 여러 얘기를 주고받았고, 덩 씨 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사업이 잘 됐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그는 “솔직히 최근의 상하이 스캔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덩 씨가 정확히 누구인지도 몰랐으면서 단지 중국 권력자의 부인이라는 소문 때문에 한국 유력인사들이 서로 눈도장을 찍으려 했던 것 아니냐.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년 전 덩 씨의 방한이 남긴 일화는 ‘상하이 스캔들’의 불똥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당시 덩 씨와 국내 정·재계 유력인사들 간의 만남과 인연이 또 다른 ‘비즈니스’로 이어졌을 개연성 때문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