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2세’에 누나 이경후 부사장만 올라…그룹 차원 이선호 힘 싣기, 입지엔 문제없을 듯
눈길을 끄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이선호 부장이 왜 공식 자료에서 빠져 있느냐다. CJ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그룹 지분도 작성을 위한 자료를 매년 제출하는데 여기서 이선호 부장을 동일인(이재현 회장)2세에서 제외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지분도를 보면 이선호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부사장만 동일인2세에 이름을 올렸다. 이경후 부사장은 공정위가 관련 지분도를 공시한 첫해인 2012년부터 동일인2세로 이름을 올린 이후 매년 그가 확보한 지분 현황이 공개하고 있다. 이경후 부사장은 CJ ENM의 방송, 쇼핑, 해외 사업부문을 진행하며 그룹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반면 재계에서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이선호 부장의 이름은 CJ그룹 동일인2세에 포함된 적은 없다. CJ그룹 차원에서 이선호 부장을 지분도에서 배제한 것이다.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동일인2세를 규정하는 기준은 따로 없다. 현재는 그룹의 자체 기준으로 동일인2세를 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각 그룹(대규모기업집단)에서 관련 정보를 받는다. 해당 그룹들은 관련 자료를 넘길 때 동일인과 동일인2세를 정하는데 통상 동일인은 총수를, 동일인2세는 총수의 자녀 가운데 경영권 승계가 유력한 인물을 지정한다.
그렇다고 특정인 한 사람만 동일인2세로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승계가 유력한 총수 자녀가 다수인 경우 모두 동일인2세에 포함되기도 한다. 한화그룹은 총수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김동관 사장, 김동원 전무, 김동선 상무를 모두 동일인2세로 지정해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 현황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CJ그룹이 동일인2세에서 이선호 부장을 빼놓은 것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 때문에 이선호 부장이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경후 부사장은 2021년 정기인사에서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진급했지만 이선호 부장은 승진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선호 부장이 2019년 마약 밀반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2월 2심 재판을 끝으로 유죄가 확정되면서 대외적으로 동일인2세로 드러내기를 부담스러워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CJ그룹 내부적으로 이선호 부장의 입지가 흔들려 보이지는 않는다. 이 부장은 지난 1월 회사 업무에 복귀해 경영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선호 부장의 그룹 내 보유지분을 보면 그의 그룹 내 영향력이 높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선호 부장은 그룹 지주사인 CJ(주) 지분율(2.75%)이 오너 일가 중 이재현 회장(42.07%) 다음으로 높다. 이경후 부사장 지분율 1.19%보다 1.56%포인트 높다. 2019년 12월 이재현 회장은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부사장에 신형우선주(일정 시점에 보통주 전환 가능)를 각각 97만 1080주(22.98%), 96만 81주(22.72%) 증여했다. 이재현 회장이 이선호 부장에게 이경후 부사장보다 많은 지분을 넘겨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 경영권 승계 발판으로 거론되는 CJ올리브영에서도 이선호 부장의 지분율(11.09%)이 이경후 부사장(4.26%)을 크게 웃돈다. 이들의 또 다른 승계 자금줄로 거론되는 회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지분율도 이선호 부장이 51% 지분을 확보해 이경후 부사장 지분율(24%)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룹 차원에서도 이경후 부사장보다 이선호 부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그룹 계열사가 이선호 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100% 자회사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에 잇달아 출자하고 있다.
CJ ENM와 올리브네트웍스는 스마트비대면펀드 100억 원, 40억 원을 각각 출자했다. CJ올리브영은 에이치앤비혁신성장1호펀드에 50억 원 출자했다. 글로벌혁신성장펀드에는 CJ ENM 200억 원, CJ대한통운 100억 원, CJ올리브네트웍스 45억 원, CJ CGV가 30억 원을 각각 출자했다. 이들 펀드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에 운용 관리한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펀드 운용·관리를 통해 전체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20년 기준 타임와이즈인베스트 영업수익은 73억 8603만 원인데 이 가운데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펀드 관리 수익이 58억 9118만 원에 달한다. 향후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출자금이 증가하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수익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CJ그룹 계열사들의 펀드 출자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수익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면서 이선호 부장의 지분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와 증권가에서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부사장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CJ올리브영도 내년 상장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오프라인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상황에서도 영업이익률이 개선돼 주목을 받았다. CJ올리브영은 2020년 별도 감사보고서 기준 매출액 1조 860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5.47% 수준이다. 전년 영업이익률 4.54%보다 0.93%포인트 개선된 수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J그룹이 이선호 부장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정위 지분도상 유력 승계 후보자를 동일인2세로 본다면 이선호 부장이 빠져 있고 이경후 부사장만 올라 있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을 동일인2세에서 제외한 별다른 이유는 없다”며 “그룹 계열사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선호 부장의 그룹 내 보유 지분을 공개하고 있는데, 굳이 일부러 감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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