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은 물론 여권 출신에도 손짓…늦은 등판에 정치 경험 없어 의원들 합류 ‘간보기’
평가는 엇갈린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와 ‘인력난’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으로 갈린다. 정치 경험이 없는 데다 ‘지각생’으로 등판한 최 전 원장은 대선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선 여의도 정치의 도움이 절실하다.
최 전 원장은 7월 18일 대하빌딩에 캠프를 차렸다고 밝혔다. 대하빌딩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쳐 간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최 전 감사원장은 내부 인테리어를 마치는 대로 정식 개소식을 할 계획이다. 동시에 대선 출마 선언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재형 캠프’엔 친이계 인사가 핵심으로 자리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영우 상황실장이 캠프를 총괄하고 김기철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 공보팀장을 맡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던 김재윤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캠프에 합류했고, 이 전 대통령 서울시장 시절 정무비서관과 청와대 부대변인을 역임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합류할 전망이다.
친이계만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친박인 박대출 의원 또한 캠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한때 계파 갈등으로 앙숙이었던 조해진 의원과 박 의원은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최 전 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비서 출신인 김준성 메시지팀장도 영입했다.
한때 친이계로 분류됐지만 친이 의원 모임을 탈퇴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 또한 최 전 원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정 전 의장은 7월 22일 최 전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반듯한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한 분이라는 확신을 느꼈다”며 “저의 느낌은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께서도 느끼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정 전 의장과 일했던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명우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이 캠프에 실무진으로 들어갔다.
최재형 캠프 관계자는 “‘계파의 시대를 넘어서겠다’는 최 전 원장의 정치 신념을 담아 계파나 출신과 관계없이 작고, 똑똑하며, 섬기는 캠프라는 뜻에서 ‘3S(Small·Smart·Servant)’ 기조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탈계파 캠프’ 구성을 두고 일각에선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은 최 전 원장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출마 전부터 물밑에서 여러 의원이나 실무진에 접촉했지만 인재 영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야권에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가 많고, 최 전 원장이 등판하기 전에 이미 자신의 노선을 정한 사람들이 많아 영입할 수 있는 사람이 넉넉하진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야권은 최근 대선주자 풍년을 맞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하태경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이미 출마 선언을 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각 후보는 이미 지지 포럼 등을 만들어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출마에, 경쟁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최 전 원장이 영입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 예로 고향이 경남 진해인 최 전 원장이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려고 하는 PK(부산·울산·경남)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노선을 정한 상태다. PK 지역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 33명 가운데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3선)을 포함해 10명의 의원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지지하는 ‘희망오름’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3선)은 일찌감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전언 창구 역할을 하며 방향을 잡았고, PK 지역 의원 가운데 8명은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경선준비위원장인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구갑·5선),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4선), 정책위의장인 김도읍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3선) 등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위치에 있거나 대선 출마 선언을 한 PK 지역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결정한 셈이다. 아직 대선 후보 지지를 밝히지 않은 PK 지역 중진 의원은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이다.
조경태 의원은 당대표 후보로 나왔을 당시 최 전 원장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인물이다. 조 의원은 “우리 당에 PK 지역 기반 대선주자가 많은 만큼 내 언급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최 전 원장 캠프에 힘을 보탤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아직 어떤 언급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더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최 전 원장은 중도 외연 확장 취지로 당 외 인사에도 영입을 제안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전 원장이 7월 18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캠프 합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최근 알려졌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를 돕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캠프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영입 제안을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재형 캠프가 애초 계획과 달리 ‘지지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인재난’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PK 지역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캠프의) 설명도 일리는 있지만, 명단을 공개할 만큼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엔 촉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캠프가 (명단 공개로) 의원님들 사이에 위화감과 불편함을 조성하는 것은 구태정치”라며 취지를 밝혔다.
인재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최 전 원장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7월 16일부터 7월 17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최 전 원장은 전주보다 3.1%포인트(p) 오른 5.6%를 기록했다(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최 전 원장의 미담을 상당히 많이 들었다. 초선 의원들도 최 전 원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최 전 원장이 정치 철학이나 비전, 정책을 뚜렷이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지지를 보내거나 캠프에 들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또 다른 의원은 “윤 전 총장과 달리 입당에 망설임이 없었고, 부산 지역 봉사활동을 하거나 최근 불거지는 자녀와 관련한 문제에 막힘없이 답을 내놓는 최 전 원장은 확실히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도 그 점에 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지율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지지율이 오른다면 자연스레 인력이 모인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최재형 캠프의 중도 인사 영입 노력에 국민의힘은 반기는 입장이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당은 최 전 원장 캠프의 인사 영입에 전혀 관여하진 않는다”면서도 “어떤 이유로든 최 전 원장이 중도층 인사를 끌어안는 건 문제 될 게 없다”고 답했다. 이어 김 실장은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선 당 입장에선 오히려 반갑다”며 “동교동계 핵심이었던 한광옥·김경재 전 의원이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에 들어온 것과 같이 대선 기간 진영을 옮기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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