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손학규 대표(왼쪽). 유시민 원장이 19일 수원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두 사람의 경쟁은 목전으로 다가온 4·27 재·보궐선거가 첫 관문이다. 손 대표는 경기 성남 분당 을 ‘출마론’을 뒤로한 채 강원지사 선거와 김해 을 국회의원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두 곳만 이겨도 ‘승장’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야만 당내 입지를 굳히는 것은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 반등을 이루며 대권 가도에 탄력을 붙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김해 을이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도 참여당 후보를 비롯한 야4당 후보 간 후보단일화 협상을 거쳐야 하는데, 손 대표와 유 대표의 일전이 여기서 벌어진다.
유 대표에게는 김해 을 선거가 당권을 잡은 이후 첫 시험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을 진앙지로 하는 ‘친노바람’을 등에 업고, ‘원내 1석’이란 숙원을 이뤄야 한다. 그렇게 돼야만 자신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의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참여당과 유 대표의 ‘롱런’ 여부가 여기서 판가름 난다. 유 대표가 24일부터 봉하마을에서 단일후보가 결정되는 이달 말까지 머물면서 선거 지원을 벌이기로 한 데서도 그런 절박함이 묻어난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당 대 당의 전선에도 많은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민주당은 유 대표의 정치전면 복귀를 놓고 “예고된 수순”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그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당 개혁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위원은 그간 유 대표가 민주당의 미진한 개혁성을 비판해온 데 대해 “야권연대 대상인 민주당을 폄훼하지 말라”고 한 방을 먹였다. 당직자들은 김해 을에 출마한 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대해 “친노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후보단일화 협상을 낙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친노그룹의 핵심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손 대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을 두고 친노그룹의 ‘핵분열’로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17일 원주에서 손 대표의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이제 대통령 한 사람이 집권 5년 동안 나라를 거꾸로 가게 하지 못하도록 하고, 예측 가능했으면 좋겠다”면서 “손 대표를 힘닿는 한 많이 도와드리려 한다”고 지지를 선언했다.
특히 이 전 지사는 “지난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할 때 ‘강원도가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내가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그날이 올 것’이라고 약속했었다”면서 “이 시련의 시간, 훨씬 더 강인하게 살아서 멋진 그날에 (후보로) 올라서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유 대표를 겨냥해 친노그룹 내 대표주자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이 같은 기류는 김해 을 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이 후보로 밀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총장이 유 대표의 압력에 따라 출마를 포기했다는 주장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친노그룹의 분열이 이미 시작됐고, 결국 정치력대결의 장이 열린 것이다.
이는 역으로 유 대표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친노그룹은 민주당 내 손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 지지그룹, 유 대표의 참여당, 이해찬 전 총리 등의 중립그룹, 김두관 경남지사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제3후보 그룹 등 크게 다섯 갈래로 나뉜 상황을 맞게 됐다.
손 대표 쪽에는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이 전 지사가, 정 최고위원 쪽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와 원혜영 의원 등이 있다. 참여당에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지만, 유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적자’임을 내세우려면 원내진입과 더불어 내부 결집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손학규-유시민의 경쟁은 전체적인 차기 대선구도를 봐도 흥미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손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정통성 문제를, 유 대표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확장성의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손 대표는 적통승계를 위한 노선검증을, 유 대표는 ‘비호감’을 극복해야 한다. 두 사람이 같고도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손 대표와 유 대표가 향후 여론조사에서 누가 기선을 잡느냐에 따라 판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간판주자’가 돼야 정권교체 전망이 높으냐는 문제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번 재보선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 누구를 앞세울 것이냐는 기준에 따라 세몰이가 결판날 것”이라며 “그 사이 여론조사 추이가 그 해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권통합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에선 참여당을 ‘연대’가 아닌 ‘통합’의 대상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지만, 참여당은 민주당과 당 대 당의 연대를 꾀하고 있다. 야권 재편의 방법론에서도 인식차가 크다. 두 당의 경쟁 양태에 따라 대권 구도에 앞서 차기 총선 구도가 좌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여전히 야권통합의 중심체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여당이 ‘민주당 분파’라는 선입견을 깨고 독자적인 위상을 굳힐 수 있을지는 손학규-유시민의 향후 쟁패에 달려 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