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사실상 이번 4·27 재보선에 ‘개입’하며 대권주자로서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박 전 대표가 당의 평창 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으며 지난 15일 강원에서 열린 발족식에 직접 참석한 것을 사실상의 ‘선거지원’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 전 대표 측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당 차원에서 함께 돕겠다는 것”이라며 재보선과 연관 짓는 시선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지만, 박 전 대표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권에 미친 영향력을 감안하면 본인의 의사를 떠나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
정치전문가들 역시 이번 재보선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대권가도의 중요한 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의도의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가) ‘관망’ 대신 ‘개입’을 택한 이상 특히 강원지사 선거 결과는 박 전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엄기영 예비후보. |
그런데 두 사람의 출마선언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엄기영 예비후보가 앞섰으나(3월 2일 리서치뷰 엄기영 42.2%, 최문순 35.3%로 6.9%P 차), 이후 조사방식을 달리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의 결과(엄기영 40.0%, 최문순 39.2%, 0.2%P 차)가 나타나고 있어 선거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한나라당 내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조사결과에서도 박빙의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엄기영 후보가 최문순 후보에게 고전할 수도 있다”며 ‘심각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간접 지원’에 나서면서 강원지사 선거는 그 결과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난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 문제는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강원지역은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하지만 실제로는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렇다고 ‘정권심판론’ 정서가 잘 통하는 곳도 아니다.
▲ 최문순 예비후보. |
민주당 역시 강원지사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문순 전 의원을 설득해 출마시킨 손학규 대표로서도 선거 결과에 따른 수혜나 책임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광재 동정론’도 또 하나의 변수. 법원의 유죄 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이광재 전 지사는 최근 강원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어 열심히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앞으로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만약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이광재 전 지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 젊은 나이기에 차차기를 노려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 을
출마를 고민하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결국 지난 15일 김해을 재보선의 출마 선언을 하면서 김해 을 역시 관심 지역구로 급부상했다.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 을 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정서가 작용하고 있는 곳. 지난 19일 국민참여당 당대표로 선출돼 첫 선거를 치르는 유시민 대표에게도 사활이 걸린 지역이다. 따라서 선거 구도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에서 지지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 출신 이봉수 예비후보를 낙점한 뒤 유시민 대표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21일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어서, 양당 간의 후보단일화 작업 성사 여부가 사실상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전 지사는 현지의 ‘친노 정서’를 의식한 듯, 지난 15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 저는 청와대로 가지 않고 그날 봉하마을로 달려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리 후보자’ 신분에서 낙마했던 김 전 지사가 어렵사리 출마를 결심했으나 당내에서는 아직도 그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 전 지사가 이번에도 낙선하게 된다면 당분간 정치행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국민참여당 후보가 진다면, 유시민 대표로선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당대표로 선출되며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시작한 유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에도 여파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참여당이 단순히 국회의원 한 명을 당선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유시민 대표의 대선가도와 직결된 선거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전문가들은 김해 을 지역의 민심에 대해 기본적으로 ‘야성’이 강한 곳이라고 평하고 있다. 최철국 전 민주당 의원은 이곳에서 재선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8대 선거에서 최 전 의원(47.76%)과 한나라당 후보(45.56%)와의 표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남지사’ 경력의 김 전 지사에게 불리한 상황만은 아니라는 분석.
또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낙마한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작용하고 있는 강원지사 선거와 역시 같은 의혹으로 총리후보직에서 사퇴한 김 전 지사가 출마한 김해 을 선거에 대해 각 지역의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손학규 대표. |
분당 을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후보선정’을 둔 치열한 눈치작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강재섭 전 대표가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전에 나섰지만, 친이계 일각에서는 막판까지 ‘정운찬 전 총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항. 지난 15일 후보자 공천 신청 시점까지 강재섭 전 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 등이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정운찬 전 총리는 신청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도 여전히 ‘손학규 대표 출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 대표직을 맡고 있는 손 대표로선 여간 난처한 상황이 아니다. 손 대표 주변에서는 출마를 종용하는 주장에 대해 ‘손학규 흔들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손 대표 본인은 출마 여부를 두고 심도 깊은 고민을 했었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전언. 하지만 ‘승부수’를 던지기엔 결과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분당을 지역 출마에 대한 명분도 부족하지 않느냐. 강원지사 선거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출마설을 일축했다.
만에 하나 손 대표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한나라당에선 정운찬 전 총리 카드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높다. 강재섭 전 대표로서는 승산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정 전 총리 카드를 내세우는 이들의 주장이지만, 5선의 강 전 대표의 국회 재입성에 대한 당내 중진들의 반발도 작용하고 있어서 복잡한 역학구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2~3면 기사 참조).
여기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 카드가 불발될 경우 지역구가 없는 여성 비례대표 의원(조윤선, 정옥임 의원)을 공천하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여성 의원인 전현희 원내대변인을 내세우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여야 모두 분당을 후보 선정 작업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으며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과연 조윤선 의원이나 정옥임 의원이 나오겠느냐마는 전현희 의원으로는 여러모로 승산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이러한 설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