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9일 새벽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한 트랜스젠더가 소월길을 지나는 차량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일요신문>은 트랜스젠더 윤락녀들이 출몰하는 소월길 일대를 직접 찾아 이들의 성매매 실태를 추적해봤다.
네티즌 김 아무개 씨는 새벽시간 남산 소월길을 드라이브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승용차로 소월길을 지나던 중 잠시 길가에 차를 세웠는데 한 여성이 덥석 차 안으로 들어와 그에게 윤락을 권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윤락녀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딘가 어색함을 느꼈다. 가냘프면서도 거친 목소리와 굵직한 손마디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그는 트랜스젠더였다. 김 씨는 황급히 그를 내보내고 차를 돌렸지만 황당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커뮤니티 게시판 곳곳에 올라온 여러 성풍속 관련 사연들 중에서는 이러한 ‘남산 소월길’ 이야기들이 곧잘 등장한다. 남산 하얏트호텔을 지나는 소월길 일대는 예전부터 윤락 트랜스젠더들의 유명 집결지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새벽 <일요신문>은 남산 소월길 일대를 찾아가 봤다. 소월길로 오르기 위해 탄 택시에서도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새벽시간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곧잘 손님들을 기다린다는 택시기사 임 아무개 씨는 “소월길 일대는 예전부터 유명했다. 힐튼호텔 일대서부터 남산도서관까지는 일반 여성 접대부들의 성매매 호객이 벌어지는데 거기서 조금만 넘어서면 트랜스젠더들의 모습이 하얏트 호텔 일대까지 이어진다. 보통 우리는 이들을 ‘길녀’라고 한다. 나도 이들을 찾는 손님을 여러 번 태워다 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택시를 타고 소월길을 오르던 중 화려한 치장을 한 여성 몇몇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기자가 소월길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꽤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몇 트랜스젠더들은 서로간의 간격을 유지한 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탐방을 하는 도중에도 차에 올라타는 트랜스젠더 몇몇이 눈에 띄었다.
기자는 손님을 가장해 버스정류소 안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던 트랜스젠더 오 아무개 씨(51)에게 접근해봤다. 작은 체구에 50세쯤 되어 보였다. 그는 다소 거친 목소리를 내뱉으면서 차에서 일을 치를 경우, 5만 원이며 모텔이나 자신의 집에서 일을 치를 경우는 10만 원이라고 화대를 못 박았다. 화대를 건네받은 그는 영업장소인 자신의 원룸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오 씨는 이 일대에서 1년가량 경력을 가진 신참에 속했다. 그는 “젊었을 때는 이태원 고급 트랜스 바에서 스트립 댄서로 활동했다. 아무래도 스트립 댄스는 나이 먹고는 할 수 없는 영업이었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술집을 전전하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손님은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또 영업장소 형태에 따라 저렴한 카섹스는 보통 장소제약 관계로 유사성행위로 일을 끝내지만, 집안에서 영업이 이루어지면 본격적인 성관계도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취향 역시 그들만큼이나 독특하다고 한다. 그는 “나는 37세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완전한 트랜스젠더다. 하지만 우리들 중에는 아직 호르몬제만 맞고 가슴과 윤곽 성형만 한 채,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반쪽짜리 트랜스젠더들도 많다. 심지어 아예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여장남자들도 있다. 특이한 것은 손님들이 오히려 이러한 애들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손님들 대부분이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성적 특이성향을 가져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만난 또 다른 트랜스젠더 지 아무개 씨(31)는 아직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반쪽짜리 트랜스젠더였다. 20대 시절 호르몬제 처방과 가슴 성형수술을 했다는 그는 겉모습만 보면 거의 완벽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이 지역 일대에서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와 일반여성 뺨치는 외모 덕에 소위 A급으로 통했다. 그는 “난 일부러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다. 손님들이 나와 같은 반쪽짜리 트랜스젠더를 더 좋아한다. 완전한 트랜스젠더들 보다 성적으로 더 흥미를 갖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영업실적은 일반 트랜스젠더보다 우리가 훨씬 좋다”고 했다.
그 역시 앞서 오 씨의 경우처럼 이태원 일대의 고급 트랜스 바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유명 바에서 일을 했다는 그는 잦은 음주와 2차 영업에서 벌어지는 손님들의 횡포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그는 “트랜스 바 영업은 업주에 속해있어 자유롭지 못하고 특히 손님들 술시중이 너무 힘들다. 소월길 일대 매춘영업 자체는 순전히 개인영업이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다. 다만 벌이가 적기 때문에 젊은 애들은 보통 트랜스 바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월길 일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30~4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었다. 젊은 시절 기본 50만~6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트랜스 바에서 세월을 보내다 나이를 먹고 마지막에 흘러들어 오는 곳이 소월길 영업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말년 영업을 할 수 있는 최후의 장소인 셈이었다.
소월길 일대에서 트랜스젠더 매춘영업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꽤나 깊은 역사를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트랜스젠더는 “이 지역 일대가 예전 남사당패의 일부 단원들이 남색을 즐기는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직까지 소월길 일대는 성매매 단속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모든 영업자체가 차량 이동이나 트랜스젠더들의 자취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대부분도 가끔씩 출몰하는 순찰차만 피하면 될 뿐 단속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법 당국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