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고생길일까. 꽃길일까. 온통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좋은 것, 예쁜 것, 행복한 것들을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닐까. 살다 보면 문득 '멈춤'이 필요할 때가 있다.
여기 최소한의 것으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두 분의 스님이 있다. 그들은 산중 암자에서 스스로 '불편'을 선택하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여름은 더위를 피해 잠시 '멈춤'이 필요한 계절이다. 잘 멈춰보기 위해 산중 암자로 향한다.
산중 아담한 암자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속도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하는 스님이 계시다. 그곳으로 가본다. 그곳에서 삶을 되새김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경북 안동 왕모산의 화전민도 등을 돌렸을 정도로 외진 산골에 나 홀로 사는 스님이 있다. 그의 법명은 '산 위를 흘러가는 구름처럼 산다'는 의미의 운산(雲山)이다.
법정 스님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무소유의 길을 걷고자 서른둘에 출가한 스님은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며 재주도 많다.
특히 목공 기술이 뛰어나서 손수 기타를 만드는가 하면 행여 산새들이 구렁이의 습격을 받을까 안전한 새장을 50여개나 만들어서 왕모산 곳곳 나무들 사이에 매달아 놓았다.
무언가 만들며 집중하는 일 자체가 수행이라 여기는 스님은 야생콩으로 된장, 고추장도 직접 만들고 농사도 지으며 내일 일을 걱정만 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보내며 산다.
하루 세 번 웃으면 족하다 하여 자신이 거처하는 처소에 삼소굴(三笑窟)이라는 이름을 짓고 한 끼 식사로 옥수수 몇 개만 있어도 족하다는 스님.
사는 것 또한 수행이라며 고비고비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운산스님의 여름을 만난다. 운산스님의 여름은 자연의 일부가 된 것 마냥 한 편의 그림과 같은 하루가 흘러간다.
구름도 쉬었다 갈 것 같은 경남 함양의 기백산에는 여름철이면 농부가 된다는 명천 스님이 있다.
워낙 오지라 200여 평 땅을 갈아 이웃과 함께 나눠먹기 위해 힘겨운 농사일 자처한다는 명천 스님.
자연에서 얻은 것은 모두 음식 재료가 된다고 여기는 명천스님은 웃자란 상추로 시원한 상추물김치국수도 만들고 머위쌈밥 도시락도 만드는 등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자연의 만찬을 척척 만들어낸다.
명천스님은 행자 시절 당시 조계종의 원로였던 성수스님을 수년간 모신 바 있다. 끼니는 다섯 숟가락이면 족하고 휴지는 한 장씩만 쓰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검박하셨던 성수스님.
지금도 명천스님은 성수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자연에서 난 것을 귀하게 여기며 감나무 잎 한 장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자연의 것으로만 만들어낸 명천스님의 밥상에는 투박하지만 수십년간의 내공이 쌓인 깊은 맛이 배어있다. 스님은 바느질, 서예, 그림을 그리는 데도 조예가 깊다.
모든 것을 수행의 일환으로 여겨 한 땀 한 땀 성실하게 하면 그 정성은 언젠가는 빛이 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스님은 이것 또한 수행이라 말하신다. 한방울의 물에도 천지가 담겨있다고 말하시는 명천스님의 빛나는 여름을 만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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