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바이크 요금·택시 멤버십 수수료 등 잇따라 인상…“시장점유율 높인 뒤 서비스 유료화” 규제 대상 될 수도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교통수단 관련 연계 서비스를 폭넓게 확장하고 있다. 택시, 대리기사, 공유자전거, 항공 등의 서비스뿐 아니라 지난 3월 현대캐피탈로부터 차량공유업체 ‘딜카’를 인수하면서 교통수단의 대부분 분야를 아우르게 됐다. 최근 화주(화물주인)와 운송사업자(차주)를 중개·대리하는 사업인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허가증을 이든종합물류로부터 인수하면서 화물운송시장에도 발을 디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부 사업에서 다수 이용자를 확보하자 '수금'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8월 초 택시호출서비스인 ‘카카오T’를 통해 택시 호출시 돈을 더 내면 택시를 빨리 잡을 수 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 요금을 기존 1000원(심야 2000원) 정액제에서 0~5000원인 탄력요금제로 변경했다. 택시를 타려는 이용자는 많은데 주위에 택시 수가 부족하면 이용료가 최대 5000원으로 책정될 수 있다. 반면 택시 공급이 많다면 이용료는 0원이 나올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선보인 전기자전거 ‘카카오T바이크’ 요금제도 올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오는 9월 6일부터 경기 성남·하남·안산에서 실시하는 카카오T바이크 요금제를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엔 1500원의 기본요금으로 15분 동안 운행하고 이후 1분당 100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했지만 기본요금을 없애고 1분당 140~15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개편했다.
즉, 이전에는 1시간 동안 카카오T바이크를 이용하면 6000원을 지불하면 됐지만 요금제가 변경되면서 같은 시간 이용시 8700~9200원을 지불해야 한다. 8분 이하로 이용하면 요금 인상이 없거나 저렴할 수 있지만 카카오T바이크 이용자 중 8분 이하 탑승자는 없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요금 인상과 다름없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러한 움직임에 일부에서는 내년 IPO를 앞두고 성장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커지는 몸집만큼이나 업계와 충돌이 잦아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카카오T가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T의 국내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전국 택시기사 약 25만 명 중 23만 명이 가입했으며 이용자는 지난해 기준 2800만 명이다. 대부분 택시기사는 ‘어쩔 수 없이’ 카카오T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은 대체로 카카오T 가맹택시거나 프리미엄 멤버십 사용자다. 가맹택시의 경우 카카오T 측에서 직접 해당 택시기사에게 고객을 연결시켜준다. 택시기사가 고객을 직접 찾지 않아도 카카오T 측에서 고객이 끊이지 않도록 이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택시기사가 이를 거부할 권리는 없어 강제 배차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카카오T 가맹택시로 활동 중인 택시기사 김 아무개 씨(62)는 “고객이 끊이지 않고, 카카오T에서 알아서 연결해주니까 수입이 끊긴다는 걱정은 없다”면서도 “강제 배차 성격이 있어 카카오T 측에서 연결해주는 고객을 거부할 수 없고 카카오T 측에선 꾸준히 기사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김 씨는 그러나 “카카오T 이용자 수가 많아 택시기사들이 카카오T 가맹택시로 일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량이 출고된 지 4년 미만이어야 가맹택시 가능’이라는 가맹조건에 맞추기 위해 차량을 일부러 사는 사람도 봤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멤버십은 택시기사가 카카오T 측에 월 5만 9000원을 내면 선호하는 지역의 콜 배차 확률을 높여주는 서비스다. 택시기사가 서비스 지역을 서울 강남구·용산구·종로구로 선택하면 해당 지역을 가려는 인근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것. 물론 근처에 가맹택시가 있으면 가맹택시에 먼저 배차가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T가 9월 이후부터 월정액을 9만 90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해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유료화 행보를 이어가자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실제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7월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택시뿐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금 작업은 대리기사에게도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사업 시장 점유율이 업계에서 확보되자 대리기사를 대상으로 월 2만 2000원의 유료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대리기사의 선택권을 넓힌다고 하지만 대리기사로서는 더 좋은 콜을 받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해야 한다.
대리운전업계 관계자는 “사측에선 ‘너희 콜 없지? 한 달에 2만 2000원씩 내면 콜 이어줄게’라고 한다”며 “현 시국에서 대리기사들 생계가 어려워 대부분 유료 프로그램에 가입한다. 카카오모빌리티 대리기사가 약 15만 명인데 10만 명이 해당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결국 가입을 안 했을 때와 가입했을 때 경쟁률은 같아지고 사측은 여기서 22억 원을 버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수많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대리기사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준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측 이익 개선을 위한 작업들”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카카오모빌리티 사업 방향과 동떨어진 행위도 눈에 띄었다. 전국대리기사협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카카오T 대리기사 프로멤버십’을 이용하는 대리기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공지를 올린 것.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대리기사들이 대리운전 프로그램을 2~3개씩 쓰는데 그러다보니 휴대전화를 2개 이상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저렴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판매하겠다’고 공지한 적이 있는데, 이젠 휴대전화 장사까지 하나 싶었다”라고 언급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대리기사분들의 영업 활동에 도움을 드리고자 준비한 프로모션"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직접 휴대전화를 판매하거나 마진을 남기는 형태는 아니고 제휴사와 협업을 통해 진행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구매에 대한 추가 혜택은 주어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2800억 원으로 전년(1048억 원) 대비 167%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29억 원으로 전년(221억 원)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적자 상황에서 흑자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용자 수수료를 올리거나 무료 서비스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같은 모든 플랫폼 기업은 회원 1명당 정보 가치가 10만 원”이라며 “이용자 수를 늘려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킨 후 수수료를 올리거나 무료 서비스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식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혁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점 대상자가 시장점유율을 인지하고 이를 남용했을 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택시기사들의 멤버십 가입을 강제하진 않지만 가입해야 하는 환경으로 만들며 가입 여부에 따라 콜 차별을 주는 등의 행위는 거래상 남용으로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법을 마련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라며 “온라인 플랫폼법 내에 모빌리티 카테고리를 만들면 카카오모빌리티도 규제 대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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