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심각한 부작용 없지만 더 큰 면역효과도 없어…젊을수록 통증·부종 위험은 높아
8월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민간위탁의료기관에서 주민 10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정량보다 5~6배 이상 과다 투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신입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법을 모더나 백신과 착각하여 해동된 화이자 백신 원액을 0.3ml씩 총 10명에게 오접종한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각각 접종방식이 다르다. 모더나 백신은 희석하지 않고 원액 그대로 0.5ml를 접종한다. 반면 화이자는 백신 원액 0.45ml에 생리식염주사액 1.8ml를 주입해 약물을 희석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1회 접종 용량은 0.3ml이다. 이렇게 1바이알(병) 당 5~6명까지 접종이 가능한데, 청주 민간위탁의료기관의 경우 1바이알을 1명에게 모두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최대 6명이 맞는 양을 1명이 몰아 맞은 셈이다.
의료진은 당일 오후 3시 20분쯤 잔여 백신 등록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오접종자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했다. 18일 현재 오접종자 10명 가운데 6명은 충북대병원에 입원해 이상반응 여부를 살피고 있다. 나머지 4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하루 3회 이상 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6월 12일 전남 부안군의 한 민간위탁의료기관에서는 30대 남성 5명에게 얀센 백신이 정량보다 5~6배 이상 투여됐고 같은 달 11일 경남 진주에서는 얀센 백신 예방접종을 예약한 50대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투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백신 과다 투여는 해외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2020년 12월 독일에서는 8명의 접종자가 정량의 5배 이상의 화이자 백신을 맞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해 4월 미국 아이오와 주 교도소는 수감자 77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과다 투여해 화이자 본사에 조언을 구한 일도 있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과 호주 등에서도 의료진의 실수로 인한 접종 사고가 벌어진 바 있다.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다.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다 보니 접종을 꺼리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 그러나 우려와 달리 과다 투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접종자 가운데 일부가 고열 등 증상을 겪긴 했으나 대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오접종 사고가 있었으나 과다 투여로 인해 사망한 사례는 아직 없다.
고령이라고 특별히 더 큰 부작용을 앓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올해 2월 호주 퀸즐랜드 요양원에서 88세와 94세 노인이 권장 용량의 최대 4배에 달하는 화이자 백신을 맞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두 사람 모두 큰 부작용은 겪지 않았다. ABC뉴스에 따르면 88세 노인은 백신 접종한 뒤 예정되어 있던 수술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유는 백신의 작동 원리에 있다. 호주의 감염병 전문의인 짐 버터리 교수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화이자 백신에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과다 투여하더라도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직접적으로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며 “화이자 초기 실험에는 현재 권장량보다 더 높은 용량이 이용되었지만 실험자에게 큰 문제가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mRNA(유전정보전달물질)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쉽게 말해 약해진 코로나 바이러스를 체내 주입해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설계도를 넣어주는 셈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더 많은 항체가 생긴다고 볼 수도 없다. 버터리 교수는 “백신을 권장량보다 많이 맞는다고 해서 면역력이 특별히 강하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용량에 따른 임상시험을 진행해 최소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양을 찾아내 제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지난 6월 뉴시스 인터뷰에서 “백신은 정량, 용법대로 들어갔을 때 효능에 있어 가장 의미가 있기 때문에 (권장량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효과의 근거가 확보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과다 투여자의 경우 정량 접종자보다 백신 접종에 따른 통증과 부종, 전신 근육통 등이 나타날 위험이 더 높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면역 체계가 활발히 작동하여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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