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엑스’ 2.5조에 인수 캐시카우 늘리기 전략…“넷마블 주가 박스권” 소액주주들은 불만
넷마블은 지난 2일 소셜 카지노업체 스핀엑스의 지주회사인 ‘레오나르도 인터랙티브 홀딩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소셜 카지노는 슬롯머신, 빙고, 포커 등을 사이버 머니 형태로 지불해 서비스한다. 국내에서는 사행성을 우려해 금지돼 있지만 해외에서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핀엑스는 세계 모바일 소셜 카지노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로 ‘잭팟 월드’, ‘캐시 프렌지’ 등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701억 원, 1101억 원에 달한다.
넷마블은 2016년에 세계 최대 소셜 카지노업체인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넷마블은 이번 스핀엑스 인수를 통해 지난해 전체 매출의 72%를 창출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세븐나이츠’, ‘일곱 개의 대죄’ 등 RPG(역할수행게임) 중심의 게임 라인업에서 소셜 카지노로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원 넷마블 대표는 “소셜 카지노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스핀엑스는 이 장르에서 가장 돋보이는 회사”라며 “넷마블 기존 주력 장르인 RPG에 더해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는 국내 게임산업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스핀엑스 양수금액은 약 2조 5130억 원으로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넷마블 자기자본의 45%에 달한다. 넷마블은 양수금액의 80%를 오는 9월 17일까지 지급하고 나머지 20%에 대해선 향후 4년에 걸쳐 지불한다. 또 양수금액의 71%에 해당하는 1조 7768억 원을 금융기관 단기 차입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는 넷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는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셜 카지노시장의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서 스핀엑스의 압도적 고성장이 향후 지속될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넷마블의 해외 자회사와의 IP 시너지 창출도 향후 검증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스핀엑스 인수로 인해 넷마블의 재무 안정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넷마블은 지난해 2월 코웨이 인수를 위해 5500억 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했다. 이로 인해 차입금의존도가 2020년 말 연결기준 14.23%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인수로 차입금의존도는 30.1%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단기적으로 차입 부담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여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인수회사의 현금 창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재무 부담이 완화되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마블은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대장주 지분을 대거 매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카카오뱅크 상장 나흘 만에 주식 600만 주를 매도한 데 이어 12일에는 카카오게임즈 지분 전량을 팔아 총 683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넷마블의 현금성 자산은 약 7926억 원이다.
일각에서는 넷마블이 차입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고 있어 재무상 타격이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또 다른 M&A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굳이 차입금을 늘리기보다 하이브, 카카오뱅크 등 가치가 큰 보유 지분을 추가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의 잇단 M&A는 게임 이 외에 ‘캐시카우’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소셜 카지노는 외형적으로 게임이지만 사실상 게임과 특별한 관련이 없다”며 “코웨이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독과점 시장에서 지위를 갖는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매출과 현금 유입을 늘려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신규 IP 제작에는 자금이 많이 투입되고, 실패 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게임 개발사에는 투자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라며 “재벌처럼 본업 이외의 사업을 통한 다각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넷마블의 투자 행보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 넷마블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약 162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80.2% 급락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한편 주가는 지난해 9월 넷마블이 2대 주주로 있는 하이브 상장을 앞두고 20만 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상승장에도 불구 10개월가량 12만~14만 원대에 정체하고 있다. 40대 투자자 A 씨는 “주주들끼리는 넷마블이 더 이상 게임회사가 아니라 지주회사 같다는 불만이 나온 지 오래”라며 “넷마블은 투자를 잘하는데 주주들은 넷마블 박스권에 갇혀 있는 신세”라고 말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신작 출시가 지연돼 라인업에 공백이 발생했고, 마케팅비와 인건비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하게 나왔다”며 “하반기에는 신작들이 대기 중이기 때문에 실적 만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핀엑스와 관련해서는 “북미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유저를 확대함으로써 성과를 늘리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출시 중인 기존 게임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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