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기반 윤석열 팬덤 유례 없는 ‘창당 행보’…이준석 사퇴 촉구 집회 계기로 내홍 드러나
지난 8월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이준석 사퇴 촉구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주도한 건 윤사모 회원들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위한 집회였다. 윤석열 캠프 측은 즉각 선긋기에 나섰다.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윤사모의 이준석 사퇴 촉구)집회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면서 “당내 갈등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일부 윤사모 회원’으로 언론에 소개된 집회 주최자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제1야당 대표가 당내에서 내부 총질이나 한다”면서 “분열을 조장하고 정권교체를 못 하도록 하는 행위에 대한 배신감에 극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집회 강행을 예고했다.
집회를 앞두고 발표된 공식성명서에 따르면 윤사모 중앙회는 이 규탄대회와 무관하고 이를 수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성명서엔 “이 규탄대회가 윤사모에 누가 될 경우 관련자 및 참여자에 대한 민·형사 상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사모 집행부 관계자라고 언론에 소개된 인사는 “집행부에선 집회를 불허했다”면서 “지지자들이 집행부를 무시하고 집회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포착됐다. 8월 23일 오후 윤사모가 강행한 ‘이준석 사퇴 촉구 집회’에 윤사모 중앙회장인 최성덕 씨가 참여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윤사모 회원 10여 명과 함께 자리해 “이준석 대표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자진사퇴하고 공정경선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8월 23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규탄대회는 윤사모 중앙회 뜻이 아니’라고 강조한 윤사모 회장은 홍경표 씨로, 중앙회장은 송인환 씨로 명시됐다. 그러나 집회를 강행한 ‘일부 회원’중엔 2대 윤사모 중앙회장으로 취임한 최성덕 씨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사모에 회장만 셋인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윤사모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직에 재임할 시기에 만들어졌다. 윤사모는 윤 전 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이 갈등이 격화할 시점엔 대검찰청 앞 화환을 보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추-윤 갈등’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셈이었다.
윤사모의 태동 목적은 기존 유력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팬덤과는 사뭇 달랐다. 1세대 팬덤 정치에 문을 연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팬클럽 노사모였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열성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열풍’의 밑거름이 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열성적인 팬클럽 문화가 비주류 정치인을 대통령 자리까지 이끈 사례”였다고 노사모 태동 의의를 설명했다. 노사모 회원들은 이후 국민참여연대의 주축이 되며 제도권 정치에 스며들었다.
노사모 이후엔 2세대 팬클럽들이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와 문재인 대통령 팬클럽 ‘문팬’이 대표적인 예다. 2세대 팬클럽들은 특정 이슈와 관련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성향을 띠었다. 일각에서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로 한국 정치의 ‘극단주의’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팬덤이 여론의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사모의 경우엔 특성이 보다 세분화됐다. 일각에서 윤사모를 3세대 팬클럽으로 지칭한다. 윤사모는 ‘지역 기반’과 ‘특정 정치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를 띠고 있다. 2021년 3월 29일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윤사모 초대 회장으로 알려진 홍경표 씨는 “국내 정치가 영남-호남으로 갈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중간에 매개할 요소가 필요한 데 이를 해낼 수 있는 건 충청뿐”이라고 했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을 이룰 인물로서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모임이 윤사모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다른 시각으로 윤사모의 ‘하이브리드 특성’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윤사모의 경우 특정 정치인 팬클럽으로는 유례 없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바로 창당 작업이다. 윤사모는 ‘다함께자유당’이라는 가칭으로 정식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창당준비위원회가 이미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해 정식 창당 절차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같은 이름을 가진 단체에 회장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3명이나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윤사모 내부에서 내홍 분위기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1대 윤사모 중앙회 회장이었던 홍경표 씨는 윤 전 총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시점 윤사모 회장 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7월 2대 회장으로는 친박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최성덕 씨가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8월엔 윤사모 블로그에 전임 윤사모 임원들을 징계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8월 14일 윤사모 블로그에 공지된 공고문에 따르면 윤사모는 대구에서 개최된 중앙회에서 중앙회 방해와 회원 명예 실추의 책임을 물어 회원의 자격을 박탈하고 제명을 결의했다. 제명된 인물 중엔 전임 회장 홍경표 씨를 비롯해 얼마 전 언론에 ‘윤사모 중앙회장’으로 소개된 송인환 씨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사모 내부에 따르면 윤사모 내부 내홍으로 현재 두 개의 ‘윤사모’가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사모가 내홍으로 두 갈래로 쪼개진 것으로 안다”면서 “윤사모 중앙회장이 이준석 사퇴 촉구 집회에 참석한 상황에서 다른 윤사모 중앙회장이 ‘해당 규탄대회는 우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이면엔 이런 복합적인 사정이 얽혀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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