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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K 씨의 뻔뻔한 범죄행각 속으로 들어가봤다.
사건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의자 K 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경기도 모 고등학교 여학생과 교제하고 있었다. 여고생과 만남을 갖던 중 그의 친구인 Y 씨를 알게 됐다. 경찰 조사결과 2005년경, 여고생과 헤어진 K 씨는 Y 씨를 꾀기 위해 자신의 주거지를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기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에 위치한 Y 씨 집 근처로 이사 온 K 씨가 곧바로 그녀에게 접근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6년 1월 K 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N 씨를 서울에서 만났다. N 씨는 광주광역시 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출 중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N 씨는 ‘안검하수’(눈꺼풀이 처져 눈동자를 가리는 증상)로 대인기피증이 있었고, 왕따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K 씨는 이런 N 씨의 약점을 이용해 접근했다. K 씨는 N 씨를 만나 ‘갈 데 없으면 내 집에서 머물러라’고 꼬드겨 N 씨를 자신이 살던 경기도 집으로 데려갔다.
이후 더욱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N 씨와 2개월째 동거 중이던 K 씨는 2006년 3월 Y 씨에게까지 접근했다. K 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Y 씨를 찾아가 ‘같이 살자’고 꼬드겼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언어구사력이나 판단력이 보통 사람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로 경찰은 “Y 씨의 경우 누군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면 그 사람을 좋아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K 씨는 이런 Y 씨의 장애를 이용해 Y 씨가 집을 나오자 자신의 집에 데려가 함께 살았다.
그렇게 세 사람의 위험한 동거는 시작됐다. K 씨는 Y 씨와 N 씨를 데리고 살며 한 방에서 번갈아 성관계를 갖는 등 인면수심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K 씨는 이들을 자신의 성 노리개로 삼으며 외부와는 철저히 차단된 생활을 했다. 경찰 조사결과 K 씨가 주식투자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컴퓨터 게임을 하며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외출은 월 1~2회로 제한했고, 외출 시에는 항상 K 씨가 동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K 씨는 집에 돌아가려는 Y 씨에게 ‘너희 부모는 나쁜 사람이다. 네가 돌아가면 너를 때릴 것이다’고 겁박하며 Y 씨를 붙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렴치한 K 씨의 범행이 드러난 것은 경찰이 장기 가출사건을 수사하면서부터였다. 경찰은 N 씨의 소재지를 파악한 뒤 지난 3월 18일 K 씨를 간음유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의자가 ‘성관계한 것은 맞지만 강제로 간음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점과 지적장애인인 Y 씨의 처벌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즉각 재수사에 착수했다. 우선 피의자 K 씨의 집에서 발견한 3대의 노트북에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사진 자료에서 K 씨의 범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냈다. K 씨는 서울에 살 때에도 가출한 여중생과 한 달 동안 동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성년자를 유인해 간음한 범죄가 계획적이었던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기도 양주경찰서 정태현 순경은 5월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로 죄질이 나쁘고 심각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게 됐다”며 “조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반성하는 기미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뻔뻔한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