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조선시대부터 600년 동안 사람들의 곁을 지켜온 삶의 터전이다. 멈출 줄 모르는 청계천의 물길처럼 질곡의 삶 속에서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자신만의 인생길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청계천은 종로구 광화문에서 시작해 중구와 동대문구, 성동구까지 가로지르는 10.84km의 하천이다. 서울 한가운데를 시원스럽게 흐르는 물길은 보기만 해도 가슴 펑 뚫리는 도심 속 휴식처다.
청계천 삼일교 근처에는 서울 관광의 허브라 할 수 있는 '서울관광플라자'가 있다. 특히 1층의 여행자 카페는 누구나 지친 다리를 쉬어 가며 각종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관광안내사로부터 명소를 추천받은 배우 김영철은 모전교에 올라 설레는 걸음을 옮긴다.
과거 청계천이 흐르는 수문 옆에 있어 '수구문'으로 불렸다는 광희문. 그 너머 신당동에는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인 '개미꽃밭'이 있다. 개미처럼 부지런한 주민들이 직접 꽃을 심고 가꾼 곳이라는데 꽃밭 앞에 나란히 위치한 봉제 공장과 구멍가게, 세탁소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족처럼 의지하며 지낸단다.
슈퍼 할머니가 갑작스레 쓰러지신 날도 세탁소 아주머니가 빨리 발견한 덕에 위험천만한 상황을 면했다고. 그 뒤로는 할머니가 벽을 두드리기만 해도 이웃들이 버선발로 뛰어온단다. 시원한 커피 한 잔, 포슬포슬 감자 하나도 나눠먹는 동네. 신당동이 특별한 이유다.
신당동 골목 어귀의 식당 앞 동네 할머니들이 분주히 채소를 손질 중이다. 식당 안에선 손님이 직접 달걀프라이를 부치고 있는데 누가 손님이고 주인인지 헷갈리는 상황. 그 중심엔 엄마손 백반으로 동네 사람들의 입맛을 확 사로잡은 사장님이 있다.
10여 가지의 반찬 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숭늉. 하지만 정작 사장님은 숭늉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데 힘들었던 젊은 시절, 소방서 주방에서 일을 하며 3년 동안 누룽지로 끼니를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마음 따뜻한 소방대원들을 만나 곡절을 견딜 수 있었단다. 그 인연으로 식당 이름도 119로 지었다.
새로 개통된 '청계천 자전거 전용도로'는 청계광장부터 동대문구 고산자교까지 직선 구간 5.94km, 양방향 총 11.88km로 순환형 도로이다. 게다가 고산자교부터는 중랑천 자전거 도로 이어져 한강 뚝섬까지 갈 수 있다는데! 이번 가을, 청계천 물길 따라 도심 속 자전거 여행자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청계천 옆 동네 하면 빠질 수 없는 을지로로 간 배우 김영철. 우리나라의 산업화 이끌었던 곳인 만큼 용접 불꽃이 튀어 오르고 망치 소리가 골목을 울린다. 그 거리의 중심엔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다방이 있는데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부터 이제는 구하기도 어려운 플라스틱 계산대까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다방에서 라면을 먹는 손님들. 아침을 굶고 출근한 공구 상가의 직원들에게 하나, 둘 끓여줬던 다방 라면의 역사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고. 남자들이 주를 이루던 공구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사장님. 힘들 때는 목욕탕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다방에 청춘을 바쳤단다. 다방이 인생의 전부라 말하는 '철의 여인'을 만나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코로나 이전 한 해 평균 1000만 명이 다녀간 서울의 랜드마크다. 불시착한 우주선 모습을 띠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잃어버렸던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는데... 2008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DDP를 세우는 과정에서 일제가 덮어버렸던 조선시대 문화재들이 발굴됐기 때문이다.
물길을 조절하던 이간수문, 방어공격 시설인 치성 등과 함께 땅속에 묻혀있던 수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디자인 산업의 중심지 DDP의 또 다른 명소는 건물 옥상에 펼쳐진 잔디 언덕. 배우 김영철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펼쳐진 잔디밭 위에서 초록빛 여유를 만끽한다.
동대문 사람들의 생기와 활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 시장이다. 그중 국내 최대 인쇄 및 포장 전문 시장인 방산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배우 김영철의 시선을 끄는 건 알록달록 우산 가게. 40년 우산 외길 사장님 부부가 운영 중인 이곳은 우산 판매뿐 아니라 우산 수리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못 고치는 우산이 없어 전국 방방곡곡을 넘어 외국에서까지 의뢰가 온다고. 구하기 어려운 부품은 직접 만들어서까지 수리하는 진정한 우산 박사이다. 낡고 망가진 우산에도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도 우산 박사는 시장 어귀에서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을 어루만지고 있다.
청계천 북쪽 숭인동 골목길로 들어간 배우 김영철. 전동 드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열린 대문 사이로 구슬땀을 흘리는 중년의 남자가 보인다. 홀로 사는 동네 할머니를 위해 방충망을 설치 중인데 유난히 피부가 까매 '까망 천사'로 불리지만 본업은 전파사 사장님이다.
2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어르신은 100세 넘게 사셨던 판자촌 할머니. 아들처럼 대해주던 할머니를 위해 100세 생신 상까지 차려드렸다고. 그가 봉사를 시작한 건 어린 시절 키워준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 따뜻했던 손길을 잊지 못해 동네 할머니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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