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연인으로 지낸 지 300일이 된 것을 기념하며 조은애 씨와 최 아무개 씨(가명)는 제주도에 발을 디뎠다.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남자친구인 최 씨(가명)는 새하얀 오픈카까지 빌렸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 여행의 첫날을 보냈던 두 사람. 하지만 11월 10일 새벽 1시 무렵,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일이 발생했다.
사고지점 근처 마을 주민은 "쿵 하는 소리가, 그러니까 놀래가 보니까 차가 이렇게 완전히 반파 돼가 있더라고요"라고 기억한다.
조용한 동네 한림읍에 울려 퍼진 굉음. 한밤중 주민들의 잠을 깨운 굉음의 정체는 교통사고였다.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오픈카가 마을 앞 도로를 달리다 연석, 돌담,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았고 차량은 반파 상태가 될 정도로 크게 손상을 입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운전자 최 씨(가명)는 조사를 나온 경찰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괜찮은 상태였지만 오픈카 밖으로 튕겨 나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은애 씨는 미동조차 없을 만큼 심각해 보였다고 한다.
은애 씨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져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은애 씨의 뇌 손상은 심각했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 당시 최 씨(가명)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18%였다.
남자친구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크게 다친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런데 이 비극이 '사고'가 아닌 '사건'이 된 것은 약 2달 뒤 은애 씨의 가족이 남자친구 최 씨(가명)를 '살인미수'로 고발하면서부터였다.
은애 씨 가족은 "죄송하다고 하거나, 미안하다고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의 표정을 봤더라면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의심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동생의 사고 소식을 듣고 제주도로 달려온 은애 씨의 언니. 그런데 언니는 병원에 도착해 만난 최 씨(가명)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다고 한다. 자신의 과실로 인해 연인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담담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고 발생 후 최 씨(가명)가 보인 행동 또한 수상해 보였다고 한다. 최 씨(가명)는 은애 씨의 친구에게 자신과 은애 씨가 '사실혼' 관계라는 것을 증언해달라고 하거나 수술비를 마련해오겠다며 서울에 올라가 은애 씨 집의 비밀번호를 가족도 모르게 바꾸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한 사람은 멀쩡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생사를 넘나들고 있던 상황. 이런 사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언니는 우연히 은애 씨의 휴대전화를 살펴보게 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충돌 19초 전 음성파일에 따르면 최 씨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말하자 은애 씨는 "응"이라고 말했고 급가속하는 엔진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충돌음이 발생했다.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언니가 발견한 건 음성 파일. 약 1시간가량의 음성 파일 안에는 동생 은애 씨와 남자친구 최 씨(가명)의 대화가 녹음돼 있었고 사고 당시의 상황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언니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차량 충돌 19초 전 분명 은애 씨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도 남자친구 최 씨(가명)가 액셀을 밟았다는 점이었다.
언니에게는 분명 동생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고의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언니의 고소로 수사는 진행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동생 은애 씨는 지난해 8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최 씨(가명)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오픈카 충돌사고는 은애 씨의 가족과 검찰의 판단처럼 살인의 고의성을 가진 행위였을까 아니면 남자친구 최 씨(가명)의 주장처럼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교통사고였을까.
제작진이 입수한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 및 음성 파일, 사고 차량 EDR 감정서 등의 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사고를 되짚어보는 한편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자동차 실험 등을 통해 '제주 오픈카 사망 사건' 진실을 과학적으로 추적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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