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부회장 | ||
롯데는 지난 2월 초 인사에서 호텔롯데 권원식 사장(70)을 물러나게 하는 등 원로급 사장단 10여 명을 물러나게 하고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경작씨를 호텔롯데 대표이사에 영입한 것을 비롯해,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에 시큐아이 사장을 지낸 오경수씨를 영입하는 등 50대 사장을 포진시키며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다. 경쟁업체 사장을 지낸 이를 영입하는 외부 수혈이 포함됐다는 게 이번 인사의 특징. 롯데 창사 이래 최대 인사라는 얘기도 들린다.
원로 사장단의 무더기 퇴진도, 최고 경영진의 외부 영입도, 신격호 회장 체제에선 좀체 보기 드문 일이었다. 때문에 재계에선 이 변화의 핵심에 신동빈 부회장이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
롯데의 지분 구조가 아직은 신격호 회장과 아들인 신동주 부회장, 신동빈 부회장의 과점 체제로 돼있을 뿐 후계 체제는 이미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들린다.
롯데 수뇌부의 변화는 지난 10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롯데는 그룹의 총괄 조직으로 정책본부를 만들었다. 기존 경영관리본부라는 이름으로 있던 조직을 재정비한 것. 롯데는 정책본부장에 신동빈 부회장을, 부본부장에 김병일 호텔롯데 사장을 임명했다.
경영관리본부 시절 신동인 호텔롯데 사장이 본부 사장을 맡았었다. 하지만 정책본부가 만들어지면서 신동인 사장은 국제부문 담당으로 핵심에서 한발 물러났는가 싶더니 지난해 12월 정책본부가 15실에서 8실 체제로 축소되면서는 회장보좌역으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정책본부에서 신격호 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김성회 전무나 신동빈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좌상봉 상무는 그대로 잔류했기에 신 사장의 역할 축소는 더욱 눈에 띄었다.
신 사장은 신격호 회장의 5촌 조카로 그동안 신 회장을 측근에서 보필해왔다. 지난 96년 신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롯데햄우유 회장이 롯데그룹 일선경영을 떠난 뒤 유일한 친인척으로 롯데에서 활동해 왔지만 롯데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롯데 핵심 경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신 사장은 2월 중순에는 롯데그룹의 또다른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의 사장직도 내놨다. 그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롯데에 핵심 오너를 빼고는 그룹 경영에 관여하는 인물들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신 부회장의 롯데 핵심 관여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순 롯데그룹이 새로운 핵심업종으로 추진하고 있는 석유화학 분야의 대표이사 자리를 맡은 데 이어, 하반기에는 정책본부장으로 그룹 수뇌부를 새로이 개편했고 올해 초에는 그룹을 혁신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
일각에선 이를 고령인 신격호 회장(84)의 건강 문제와 연결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건강이 예전 같은 그룹 장악력을 보여주기엔 무리라는 것. 물론 롯데쪽에선 신 회장 건강 이상설을 부인하고 있다. 신 회장이 여전히 초고층 빌딩 건설이나 제2 롯데월드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전부터 신 회장은 형제들의 경영 참여를 엄격히 차단해왔다. 때문에 신동인 사장의 거취도 어느 정도 예상은 돼왔다.
신 회장의 아들(신동주-신동빈 부회장)에 대한 상속 구도에 비해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이나 아직 학생인 둘째딸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친인척 접근 금지’라는 불문율을 가진 롯데 오너그룹에서, 신 부회장이 롯데 오너십을 이어받을 경우 2세 간의 역할분담이나 상속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마지막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