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입부터 의·치·한·약학대 등 40% 뽑아야…“수도권 학생들에게 불공정한 처사” 반발
지방대학의 지역인재 선발제도는 2015년부터 시행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권고사항이었지만 2023학년도부터 의무사항이 된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의‧약‧간호계열에 지방 학생을 의무 선발하게 됨에 따라 수도권에서 지방 의대에 합격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재개한 올해 약대 수시모집의 평균 경쟁률은 44.1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동국대의 경우 18명 모집에 4023명이 지원해 223.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험생들의 의약계열 선호도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결과다.
교육부는 9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을 6개 권역(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강원권, 제주권)으로 나누고 지방대학 의·치·한·약학대학의 지역인재 최소 입학 비율을 40%(강원·제주 20%), 지방대학 간호대학의 최소 입학 비율을 30%(강원·제주 15%)로 규정했다. 지방 한약학과의 입학 비율은 비수도권 40%다.
지방 전문대학원의 경우,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지역인재 최소 입학 비율을 20%(강원 10%, 제주 5%), 지방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경우 최소 입학 비율을 15%(강원 10%, 제주 5%)로 나눴다. 지방 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비율은 비수도권 20%다.
지방대학이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하는 ‘지역인재’는 지방 소재 중학교에서 모든 과정(입학~졸업)을 이수하고 해당 지방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모든 과정(입학~졸업)을 이수해야 한다. 즉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은 중학교부터 지방 소재 학교에 다녀야 2028년 대입에서 지역인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지역인재의 지방대학 입학 유인이 필요하다”며 “우수한 지역인재가 지역으로 유입되고, 지역 정주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먼저 유은혜 장관의 지역 정주 발언이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지역인재로 선발돼 지역대학에서 의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지역에 정주하며 의료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작 학생들이 지방대학에서 수학하며 자격만 따고 수도권으로 올라와 개업하는 일을 막을 수단은 전무하다.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만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역 인재를 위해 40%라는 비율을 정해놓음으로써 수도권의 우수한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 학부모는 “수능 같은 객관적 지표에서 앞서도 지역 의무 할당제로 기회를 잃는다면 불공정 아닌가”라고 했다. 현재 지방에는 의약대에 다니기 위해 유학 중인 수도권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한편 지난 8월 1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알렸다. 그 결과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앞으로 3년간 정부에서 주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일부 지방대들은 폐교, 통합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지방대의 몰락은 학령인구의 감소에서 비롯됐지만 지방대가 자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지역 할당 의무제가 높은 비율로 확정되자 수도권 학부모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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