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12일 아침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빠르게 화재를 진압하고 굳게 닫혀있던 화장실 문을 열자 보이는 처참한 광경에 깜짝 놀랐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치과의사였던 31살 여성과 돌이 막 지난 한 살배기 딸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던 것. 두 사람의 사체에서 끈으로 목을 조른 교살 흔적을 발견한 경찰은 살해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한다.
사건 발생 당시 건물을 드나든 외부인이 없었다는 경비원의 진술과 어지럽혀지지 않은 범행 현장, 귀중품을 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은 집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의 범행이라고 추정했다.
건물 외부인이 아니며 집 구조를 잘 아는 자. 즉 경찰은 외과의사였던 피해자의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사건 발생 82일 만에 살인과 방화 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재판정에 선 남편에게 재판부는 모녀를 살인한 혐의로 사형을 판결했다. 이에 남편은 스위스의 유명 법의학자 '토마스 크롬페치' 교수를 증인으로 세우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무려 8년에 걸친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유력한 용의자인 남편은 무죄 선고를 확정받고 이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
그로부터 17년 후인 2011년 1월 서울 마포구에서 이와 매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가정집 욕실에서 출산을 3주 앞둔 만삭의 임산부가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이다. 부검 결과 사인은 질식사.
검찰은 유명 대학 병원 의사로 재직 중인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남편은 캐나다의 유명 법의학자 '마이클 스벤 플라넨 박사'를 증인으로 세우면서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지 못했던 17년 전의 악몽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일까. 장장 2년 3개월 동안 이어진 팽팽한 진실 공방 끝에 대법원은 만삭 부인 살인사건의 진범을 남편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사체가 발견된 장소, 사인, 의사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 해외의 저명한 법의학자가 동원된 점까지 매우 비슷한 두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두 사건 속 남편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가 남긴 증거와 사건 현장 곳곳에 남아있던 물적 증거, CCTV에 찍힌 범인의 수상한 행동들까지 '만삭 부인 살해사건'은 결정적 증거를 통해 사건의 진범을 특정하는데 성공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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