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경제성장률 9%, 1994년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 급격한 경제 성장기를 맞이했던 1990년대의 대한민국 그 이면에는 과소비와 투기, 한탕주의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한 번에 일확천금을 벌기 위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사회의 가장 약자인 '아동'은 손쉬운 범죄의 표적이 되었고 아동 유괴 사건은 며칠이 멀다하고 기승을 부렸다.
1997년 8월 30일 그 중에서도 전국민을 경악하게 한 희대의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학원을 간다며 집을 나선 초등학교 2학년 박 아무개 양.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박 양이 어느 젊은 아줌마를 따라갔다는 친구들의 증언만이 남았다.
그날 오후 집으로 걸려온 범인의 전화. 범인의 요구는 현금 2000만 원. 경찰은 협박 전화 발신지 추적에 성공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통화 중이었던 현장을 급습하고도 범인 검거에 실패한다. 그리고 유괴범의 전화는 더 이상 걸려오지 않는다.
결국 사건은 5일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되고 방송과 신문에는 연일 관련 보도가 쏟아지며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조금의 단서도 잡히지 않은 채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사건 발생 14일째 수사본부에 "아무래도 제 딸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괴범이 자신의 딸인 것 같다는 중년 남성의 충격적인 고백에 경찰은 수사 인력을 총동원해 서울 시내 여관을 샅샅이 뒤져 마침내 박 양 유괴사건의 범인을 검거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 양을 유괴한 범인은 출산을 한 달 앞둔 28살 만삭의 임산부였다. 범인 전현주의 진술에 따라 찾아간 어느 지하실 골방에서 박 양은 안타깝게도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거미줄과 악취로 가득 찬 공간 방치되어있던 가방 안에 아이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듣고 김숙은 "작디작은 어린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라며 탄식했고 배우 유선은 피해 아동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어떻게 아이를 가진 엄마가 다른 아이를 죽일 수가 있냐"고 울분을 토했다.
범인을 잡으면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부모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무사귀환을 빌었던 국민들의 탄식만이 남았다. 게다가 아이가 이미 실종 당일 살해됐다는 부검 결과는 사람들을 또 한 번 충격에 빠뜨린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은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만삭의 임산부가 단독으로 아이를 납치, 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공범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범인 전 씨도 "성폭행을 당하고 협박받아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며 공범의 존재를 주장했다.
반면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전 씨의 일관성 없는 진술과 유괴 당일 CCTV 화면을 근거로 "공범의 존재는 과거 '연극성 성격 장애'를 진단받은 적 있는 전 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이며 박 양 유괴살해사건은 전 씨의 단독 범행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021년 현재 '아동 지문 사전등록제'와 CCTV의 보급 등 제도 변화와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아동 유괴 사건 발생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아동이 보호자와 동떨어져 혼자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아동 약취 유인 범죄의 장소가 이동한 것.
SNS와 채팅 어플을 통해 벌어지는 아동 성착취 범죄의 실태를 알아보고 그 예방법을 함께 논의해본다.
한편 지난 달 21일 방송된 존속 살해 토막범 박 군.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무기수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옥중 편지를 보내왔다. 부모의 학대와 정신적 상처로 인해 저지른 끔찍한 범죄.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범행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그의 자필 편지를 통해 본인의 심경을 들어본다. 박 군이 직접 밝히는 20년 전 그날의 진실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대미문의 아동 유괴 살해 사건의 전말이 공개 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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