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견디면 화류계 우뚝
하지만 상당수의 남성 손님들에게 웨이터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하다. 그러나 이들 웨이터들은 룸살롱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또한 가끔씩은 이러한 웨이터들과 ‘바람’이 나는 아가씨들도 있다. 그녀들도 처음에는 웨이터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멀고도 가까운 존재’라는 인식을 새삼스럽게 하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웨이터에게 털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웨이터의 인생을 집중 취재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 견뎌현재 강남의 룸살롱 사장들 중에는 ‘웨이터 출신’들이 적지 않다. 물론 사장이라고 해서 그들이 자본을 대고 업소를 차리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진짜 ‘전주’는 다른 곳에 있고 바지사장을 두고 영업사장들이 실무를 맡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 중에 웨이터 출신이 많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웨이터들이 업소 전반의 시스템을 배울 수 있고, 나중에 직접 룸살롱을 운영할 정도가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그들은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배워나가기 때문에 나중에 사람들을 부리는 데에도 유용한 점이 많다. 아가씨들은 그들의 세계만 알 뿐, 업소 전반의 맥락을 꿰뚫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 웨이터 출신 룸살롱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화류계에서 활약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룸살롱 웨이터 출신이 많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 가장 먼저 그들은 인격적인 무시를 당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한다는 점이다. 사실 업소에서는 웨이터들에게 최소한의 기본급만 줄 뿐이다. 때문에 웨이터들은 손님들의 팁이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그들에게는 ‘독종정신’이 살아있다. 게다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니 그 스스로 노력하는 방법밖에는 다른 것이 없다. 사실 웨이터는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웨이터 생활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고생을 이겨내는 사람들이 나중에 화류계에서 ‘사장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웨이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외모상 특별한 결격사유만 없다면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룸살롱 사장의 말대로 그 생활을 견디기는 정말 어렵다.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웨이터들에게 주는 돈은 말 그대로 ‘팁’이다. 줘도 되고 안줘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웨이터들은 경제적인 곤란을 이겨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겨우 룸살롱에서 밥만 먹고 월세방에 살면서 생활을 견뎌나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웨이터들이 돈을 전혀 못 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룸살롱에서 손님들이 한 번에 주는 팁은 2만~3만 원 수준이다. 하룻밤에 5개 테이블만 받는다고 하더라도 많으면 하루 수입이 15만 원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 달 20일로 치면 300만 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웨이터의 경우 한꺼번에 여러 개의 테이블에 들어갈 수 있다. 그저 필요할 때 술과 안주를 날라다주면 되기 때문에 웨이터들은 한꺼번에 10개의 테이블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단순 계산만 해보면 수입은 600만 원.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을 훨씬 넘어선다. 물론 이는 산술적인 계산일 뿐이고 요즘 웨이터들이 이렇게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장사가 잘되는 업소는 거의 없다.
여하튼 웨이터들은 룸에 들어가면서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배운다는 점에서 화류계는 물론 다른 업종에서 일을 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한다. 웨이터 생활 5년차인 최 아무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웨이터들에게는 서비스가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손님에게 얼마나 충성을 하느냐에 따라서 하루의 수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나중에 그 어떤 곳에 가도 살아남을 수 있는 끈기가 생긴다. 웨이터들이 음식장사나 룸살롱, 패션업계에 가서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이미 ‘고객’의 위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돈’이 될 수 있는지도 잘 알기 때문이다. 명품 때문에 신세 망치는 아가씨는 있어도 명품 때문에 허송세월하는 웨이터들은 없다. 그들이 아가씨만큼 돈을 못 벌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을 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웨이터들이 이렇게 강한 생존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질에 맞지 않은 경우라면 단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웨이터 생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아가씨와 바람이 나서 도망을 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업소에서는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끼리의 연애 이른바 ‘사내연애’는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업소의 영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러한 금기를 넘어서려는 사람들은 꼭 있게 마련이다. 한 영업상무가 얼마 전 강남의 한 업소에서 일어난 ‘바람난 웨이터 사건’을 들려주었다.
“아주 잘생긴 웨이터가 있었다. 사실 남자들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해서 잘생긴 웨이터는 지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웨이터 할 놈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의외로 웨이터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런데 결국에는 아가씨들이 그 웨이터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아가씨들 사이에서도 잘생겼다고 소문이 나고 많은 아가씨들이 호감을 갖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가씨와 바람이 나서 도망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결국 어느 날 동시에 한 아가씨와 웨이터가 출근을 하지 않더니 나중에는 살림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중 웨이터들이 제일 힘든 것으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손님들의 욕설과 인격적인 무시였다. 시쳇말로 ‘사람취급 안 한다’는 것이 딱 웨이터들에게 맞는 말이라고 한다. 손님들은 아가씨에게 화낼 일 혹은 영업 상무에게 화낼 일을 가장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웨이터들에게 1차적으로 드러낸다고 한다. 하지만 웨이터들에게 반항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욕을 하면 묵묵히 욕을 먹어야 하고 가벼운 발길질(?)을 해오더라도 그 발길질을 맞고 있어야 하는 3D직업 중의 하나다.
웨이터들이 손님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급여가 별도로 책정되지 않는 자신들을 위한 최소한의 팁과 매너,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신들도 인격을 가진 사람임을 한번쯤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구성모 미디어강남(mgangnam.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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