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조명에 속이 보일 듯 말 듯한 실커튼이 처져 있는 테이블들이 보였다. 여기저기서 대화 소리와 여성의 웃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충격적인 것은 테이블마다 속옷 차림의 여성들이 남성들과 거침없는 스킨십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쇼파의 높은 등받이 덕분에 어느 정도 독립된 공간을 이루고는 있었지만 막혀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테이블에 앉은 뒤 실장이라는 사람이 간단한 업소 소개 및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바로 ‘초이스’ 단계로 이어졌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아가씨들이 취재진 앞에 속옷만 입고 섰다. 늘씬한 미녀들의 하얀 속살이 망사 속옷 사이로 훤히 드러나고 T-팬티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은 민망하기까지해 눈은 자꾸 딴 곳을 쳐다보게 됐다. 변종 ‘란제리 데이트 바’에서 ‘초이스’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기자는 그중 한 명의 아가씨와 대화를 나눠 봤다. 자신을 28세의 은행원이라고 밝힌 A 씨는 취재진을 너무나 친근하게 대했다. 일명 ‘애인모드’라고 해서 손님으로부터 ‘초이스’가 되면 데이트가 이뤄지는 1~2시간 동안 손님의 애인이 된다. A 씨는 일하는 여성 중에는 유흥업소 여성도 있지만 본인처럼 일반 직장인도 많다고 귀띔해줬다. 무역회사 직원, 회사 경리, 큐레이터, 심지어 초등학교 교사 같은 일반 직장 여성들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수입이 시원찮은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테이블만 들어갈 경우 일주일에 150만 원, 애프터까지 하면 250만 원 정도의 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를 찾는 남성들은 2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중반까지 다양했다. 손님들은 강남 일대 직장인들이 대부분인데 금융업 종사자, 대기업 간부, 중소기업 임원, 의사,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기본 주대가 일인당 21만 원에 2차 애프터까지 갈 경우 42만 원의 만만찮은 비용이 들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다시 바를 찾는다고 한다.
업소 관계자는 “남성들이 섹시 란제리를 입은 일반 직장 여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바를 자주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니저 L 씨는 “50대의 서울대 교수라는 손님은 ‘지정 아가씨’가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해줬다. 지정 아가씨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지정해서 만나는 것을 말하는데 그 교수는 업소 방문 전에 지정 아가씨가 출근했는지 여부를 꼭 물어본다고 한다.
이 바는 감시 카메라로 1층 입구 엘리베이터를 모니터하면서 단속이 뜰 경우 아가씨들을 일반 여성의 옷차림으로 위장한 뒤 일반 바로 돌변하기 때문에 경찰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