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남성이 공공장소는 물론 남의 집에 침입해 몰카를 찍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4월 14일 이 아무개 씨(40)를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05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경남 김해와 부산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와 관공서, 병원, 지하철역, 버스 승강장, 공중화장실, 병원, 해수욕장 등에서 여성의 치마 속과 샤워 장면, 화장실 이용 장면, 옷 갈아입는 장면 등을 디지털 카메라로 몰래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로 ‘몰카 본좌’라 불릴 만한 범죄 행각이 아닐 수 없다. 엽기적인 이 씨의 6년 몰카 행적 전말을 들여다봤다.
경남 김해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던 이 씨는 평소 A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를 자주 이용했다. 여기서 이 씨는 몰래 촬영한 여성의 치마 속 속옷 사진과 여성들이 화장실에서 소변 보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 그 뒤 2005년 1월부터 이 씨는 호기심에 직접 몰카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한두 번의 몰카 촬영 뒤 자신감을 얻은 이 씨는 이 후 외출할 땐 꼭 디지털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닐 정도로 몰카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촬영이 서툴렀던 초기에는 사람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여성들 옆으로 다가가 자신도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옆에 앉아서 여성들의 치마 속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밀어 넣어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여성의 허벅지를 카메라로 건드리는 바람에 발각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의 발각이 오히려 이 씨가 몰래카메라의 유혹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처음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까 두려움이 많았으나 한두 번 성공하고 나니깐 스릴과 성적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씨의 범행 장소는 공중 화장실, 병원 샤워장, 지하철역, 놀이터 등으로 확대됐다.
시의회 공중 화장실에서는 미리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옆 칸에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다 소변을 보는 여성들의 음부를 몰래 촬영하고 지하철역에서는 치마 입은 여성의 뒤를 따라가면서 치마 밑으로 카메라를 넣어 촬영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동네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있던 여자 아이들의 치마 속과 소변 보는 장면을 촬영하는 변태행각까지 보였다.
점차 공공장소 몰카에 만족할 수 없었던 이 씨는 남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지난해 7월 24일 이 씨는 창문을 통해 김해의 한 주택에 몰래 침입, 빨래 건조대 및 안방 옷장 속에 있던 여성용 속옷을 꺼내 촬영한 뒤 자신이 직접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보는 엽기행각까지 벌였다. 최초 남의 집에 몰래 침입했을 땐 속옷만 찍고 나왔으나 범행이 계속될수록 여자 집 주인이 자고 있으면 자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하고 남의 집 창문을 통해 여성의 옷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등 점차 대담성을 보였다. 이 씨는 이와 같은 수법으로 14차례에 걸쳐 타인의 주거지에 침입했다. 심지어 지난 1월 15일에는 관절염으로 2~3일 정도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여자 샤워장 창문 틈으로 카메라를 몰래 넣어 촬영하다 간호사에게 들키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6년여간 이 씨가 모은 자료는 240GB 상당의 외장 하드디스크 1대 및 40GB 상당의 CD 58장 분량이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엔 24만 장의 여성들의 속옷 및 은밀한 신체부위를 찍은 사진과 10분 분량의 동영상 파일 2400편이 들어 있었다.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 파일들은 촬영 일시와 장소 등으로 구분해 폴더를 만든 후 분류하고 폴더 속 사진 파일은 여성의 얼굴과 옷 입은 전신모습, 특정 신체부위 순으로 정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지난 1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돈이 필요하게 되자 샘플 사진파일을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려놓고 관심을 보인 사이트 이용자들과 파일을 교환하거나 폴더당 7만 원 정도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총 23회에 걸쳐 220만 원을 벌어들였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의 얼굴이 나오는 몰카 사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남 지방경찰청 김태언 경감(사이버수사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량의 파일이 유출되기 전에 검거돼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
당신 자신도 모르게 즐긴다
관음증은 성적 도착증의 하나로, 옷을 벗고 있거나 벗은 사람, 성행위 중인 사람을 몰래 관찰하는 행동이나 환상에 사로잡히는 질환이다. 성적 욕구와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관음증에 너무나 익숙하다. TV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를 통해 평소 볼 수 없던 연예인들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며 훔쳐보기, 몰래보기의 쾌감을 느껴왔다.
최근에는 신정아 씨가 자전에세이 를 통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책에 고의로 관음증을 자극하는 성적인 내용을 다수 포함시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신 씨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 C 기자의 성추행, 정운찬 전 총리의 제안 등 책 속의 성적인 내용을 통해 우리 사회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려 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 성의학 클리닉의 설현욱 박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관음증이라는 것을 자신들과 상관없는 정신병적이고 변태적인 것만으로 치부하지만 이런 증상은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단지 혼자서 즐길 때는 개인의 기호로 문제가 안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이는 ‘비정형적 성행위’로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