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치열했던 인력전쟁사

떠나면 기밀 샐라…‘전직 금지’ 소송 불사

사실 기업과 기업 사이의 인재영입 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삼성과 LG 두 라이벌그룹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인력 갈등이 불거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 소송은 LG생명과학과 삼성전자에서 점화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초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복제약) 개발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표하며 신사업추진단에 LG생명과학에 있던 김 아무개 씨를 상무로 스카우트했다.

김 씨는 삼성으로 옮기기 전까지 LG생명과학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두지휘해 왔으며 두 번째 FDA 승인을 추진하는 성장호르몬제의 개발과 해외 마케팅 업무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LG생명과학 측은 회사 기밀사항을 세세히 알고 있는 인력을 영입해가는 데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불쾌감은 법정 소송으로 비화됐다. 서울남부지법에 ‘1년간 동종업계 전직금지 규정을 어겼다’며 김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결국 법원은 LG생명과학 측의 손을 들어주었고 2011년 2월까지 삼성전자에서 일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LG생명과학에 매일 200만 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갈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7월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간에 한 차례 인력전쟁이 벌어졌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공정 책임자였던 김 아무개 씨가 LG디스플레이의 파주 OLED기술센터 상무로 스카우트되며 갈등이 불거진 것. 삼성 측은 김 씨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 씨 역시 소송에서 패소했다.

삼성 측의 제재조치는 LG생명과학과의 갈등 때보다 더 수위가 높았다. 당시 삼성 측은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독점적 기술인 AMOLED의 기술이 경쟁사에 흘러 들어가면 막대한 손해가 예상돼 이를 급히 금지시킬 필요가 있었고, 또한 (김 씨가) 퇴사 후 2년 이내에 다른 경쟁업체에 취직하지 않을 의무를 어겼다”며 “김 씨가 가처분 결정을 어긴다면 하루에 1000만 원씩의 이행강제금을 부여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지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