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북쪽.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 우이봉 봉우리에서 시작된 물길이 동북 4구를 가로지른다. 발원지인 우이봉이 소의 귀를 닮아 '소귀내'라고도 불린 우이천.
우이천 징검다리를 건너면 펼쳐지는 수유동에는 익어가는 가을처럼 우직하게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1970년대 수유동이 수유리로 불리던 시절. 수유(水踰), 물이 넘쳐흐른다는 그 이름만큼 많은 외지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새댁 이현숙 씨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수유동에 온 것도 그 즈음 단독 주택 너른 마당에 나무를 심고 갓 돌 된 아들은 나무와 함께 자랐다.
봄이 되면 목련과 홍도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홀로 집을 지킬 때면 남편이 직접 만들어준 수은등을 켜고 밤을 맞았다. 현숙 씨에게 집은 닿는 곳마다 추억이었다.
하지만 사람 하나를 키우듯 쉼 없이 손을 타야 하는 고택. 홀로 고택을 관리하는 일이 버거워 잠시 떠나보기도 했던 그때 돌연 타지로 떠났던 아들이 고향 집으로 돌아왔다.
교수라는 번듯한 직업을 두고 어떻게든 이 집을 살려보고 싶었단다. 그렇게 집 구조 스위치 하나까지 살려 카페로 재탄생시킨 아들. 가족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옛집이란 어떤 곳일까.
완연한 가을 소나무 가로수길 아래를 걷던 배우 김영철이 걸음을 멈춘다. 코끝을 스치는 청국장 냄새가 그윽하다. 입구와 분리된 주방 문 사이로 보이는 식당 사장님. 그 옛날 밥 짓던 어머니가 떠올라 자연스레 자리에 앉는다.
이집의 대표 음식은 청국장과 콩탕. 알고 보니 이는 20년 전 위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사장님 한의순 씨가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음식이란다. 암을 이겨낸 후 ‘몸이 반응하지 않는 음식을 고민하던 의순 씨에게 떠오른 엄마의 청국장.
그 시절 그 맛을 위해 그녀는 청국장을 위한 집을 구했다. 식당 인근 산을 병풍으로 실개천이 보이는 작은 집. 한 달에도 수어 번 청국장을 빚으며 깨달은 건 단 하나. 음식에서 더하는 거보다 덜어내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20년 째 여전히 가장 전통의 방식으로 청국장을 만드는 의순 씨. 큰 방에 이불을 덮어 삼 일 간 온도를 조절해 탄생시키는 청국장은 그녀를 살린 그리운 어머니의 정이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대한민국 1호 인장 명장, 사계절 송편 떡집 부부, 북서울 꿈의 숲, 제로 웨이스트 가게, 53년 이발소 부부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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