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고무줄에 입이 묶여 도로변에 버려진 백구. 묶인 부위는 괴사가 되었고 턱 부분은 찢겼다. 짖는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할 만큼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을 받아왔을 백구. 이것이 비단 백구뿐일까.
경북 구미의 한 조명 가게를 찾은 제작진은 몇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열 마리가 넘는 개들이 분변과 함께 뒤섞여 비위생적으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불결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됐던 개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방치되어왔다.
동물을 모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나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하여 방치하는 한 '애니멀 호더'의 짓이었다. 이처럼 개들을 물건으로 취급하며 수집하기만 할 뿐 책임지지 않는 행동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개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을까.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충남 금산의 한 사설보호소. 그림 같은 숲속 모텔에 20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현실은 개들이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시설 내부에는 분변과 벌레가 들끓고 있었다.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주인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출입할 수 없어 눈앞에 두고도 개들을 구조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상황. 소장에게는 겨우 20만 원의 과태료 부과 처벌이 내려졌다. 동물 학대자들에게 왜 이리도 너그러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현행법의 한계 때문이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에 해당된다. 지난해 12월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쥐불놀이 동작을 했던 사건.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강아지는 결국 100만 원의 벌금을 낸 주인에게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 강아지는 또 어떤 만행을 당할지 모른다. 이처럼 현행 동물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이 수없이 많다. 여전히 암암리에 도살되고 경매장에서 단 15초 만에 돈 몇십만 원에 팔려가는 생명들까지 개는 축산법으로는 가축이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으로는 가축이 아니다.
따라서 사육은 가능하지만 도축과 유통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식용, 거래가 정확하게 금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산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이 살기 행복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1933년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나라 독일이 있다. 이미 31년 전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법으로 선포했다. 개 학교를 다님으로써 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반려견 면허증도 발급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위해 '개 산책 의무화 법안'까지 생겼다. 개의 건강과 사회화를 위해 생긴 법안으로 하루 두 번, 총 1시간 이상 반려견을 산책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또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쾌적한 환경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거나 평생을 보호받는 유기견 보호소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기견 보호소들은 상황이 다르다. 매년 늘어나는 유기견의 수와 한정적인 수용 공간 때문에 안락사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도 마침내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변화가 예고됐다.
물건의 정의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과연 법 개정 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해본다. 동물 학대의 현장을 고발하고 올바른 동물권 보장의 길을 모색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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