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 10일 각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낚시여행을 온 서해 변산반도의 작은 섬 위도였다. 일정을 마치고 육지로 나가려는데 파도가 심상치 않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110톤급 여객선 '서해훼리호'에 승선한 세 사람. '푸드덕' 소리를 내며 바다 한가운데서 멈춰 서버린 배가 급속도로 기울며 커다란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침몰하기 시작했다.
침몰하는 배의 갑판에서 난간을 붙잡고 매달린 남자와 선실에 갇혀버린 남자.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은 실종자 가족들은 또 다른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 어느 곳에서도 침몰한 여객선에 탄 사람들이 누구인지, 심지어 몇 명이 탔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사고 다음 날부터 해군과 해경, 인근 어선까지 총동원되어 수색작업에 나섰다.
시신 인양이 계속되던 중 사람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배가 침몰하던 순간 선장과 선원들이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것이다. 사고에 대한 충격과 분노는 그들에 대한 증오로 바뀌고 전 국민의 관심이 선장의 행방에 집중됐다.
사고 일주일 만에 선체 인양이 시작되고 드디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서해훼리호. 모두의 말문을 막아버린 놀라운 진실을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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