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점차 확대, 레깅스 찾는 MZ세대 늘어…“이미 패션으로 불리는 만큼 세대 갈등 해소될 것”
일상생활에서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것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레깅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공공장소를 오가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많다. 몸에 밀착된 레깅스 차림이 보기 민망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레깅스 몰카는 성범죄’라는 대법원 판결도 나오면서 레깅스 착용에 대한 공방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의류시장 전체 매출이 감소한 것과 달리 국내 레깅스 시장의 매출은 늘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패션시장 규모는 40조 8783억 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43조 원 규모에서 3조 원이나 줄어든 것. 반면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8년 7142억 원에서 2019년 7527억 원, 2020년 7620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커지고 있다.
국내 레깅스 업체들의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대표적으로 ‘젝시믹스’를 전개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브랜드엑스)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397억 원으로 전년(640억 원) 동기 대비 118%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2억 원으로 전년(84억 원) 동기 대비 15% 정도 줄었다.
브랜드엑스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이익은 감소했지만 보유 브랜드 고성장에 따라 매출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브랜드엑스 주력 브랜드 젝시믹스는 지난해 1093억 원의 매출을 내면서 전년(555억 원)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레깅스 브랜드가 1000억 원대 기업에 속한 경우는 처음이다. 또 다른 레깅스 브랜드 ‘뮬라웨어’를 운영하는 뮬라의 매출도 지난해 453억 원으로 전년(295억 원) 동기 대비 53.1% 뛰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패션업계는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레깅스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이 된 만큼 성장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레깅스 대중화를 일종의 문화현상이라고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건강한 이미지’ ‘건강한 섹시미’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레깅스를 찾는 MZ세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패션협회 법률자문을 맡았던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강한 섹시미’라는 2030세대의 새로운 키워드가 코르셋처럼 몸의 실루엣을 잡아주는 레깅스 특성과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경 교수는 “레깅스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고 부연했다. 실제 요가, 필라테스와 같이 레깅스를 착용하는 운동뿐 아니라 등산, 골프를 할 때도 레깅스를 입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SNS에는 ‘레깅스’ ‘레깅스코디’ ‘레깅스패션’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레깅스를 입고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는 사진이 종종 게재된다.
레깅스는 신체에 달라붙는 특성상 몸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일부 중장년층 사이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50대 남성은 “레깅스만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며 “본인만의 개성 추구는 알겠지만 주변인들의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0대 여성이 외출할 때 레깅스를 입는 딸의 패션에 대한 고민글이 공유됐다. 이 여성은 "딸이 외출을 할 때 레깅스를 입는다. 상의라도 길게 입어서 엉덩이를 좀 가렸으면 하는데 상의는 짧은 티셔츠를 입는다"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요가나 운동할 때 많이들 입는 거 같은데 제 딸은 운동은 전혀 안 하는데 친구 만나거나 쇼핑하러 갈 때 등 일상생활에서 레깅스를 입는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딸이) 며칠 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할머니께 엉덩이 가리라고 지적도 받았다고 한다"며 "저는 공감했지만 딸은 'Y존'이 드러나지 않게 디자인된 옷인데 지적받았다고 불쾌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레깅스 차림으로 일상을 보내는 것을 옹호하는 이들은 “외국에선 레깅스를 입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본인이 편하다는데 굳이 왜 지적하냐”고 비판했다. 레깅스가 법률상 공공장소에서 착용해도 문제가 없는 복장인 데다 실용성을 갖춘 옷임에도 사회적 규범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가 하면 “레깅스는 기본적으로 운동복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일상복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 “시간과 장소와 맞게 적절하게 입는 것이 예의”라는 지적도 있다.
레깅스를 착용한 여성을 대상으로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한 바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2018년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8초간 몰래 촬영한 한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낸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신체가 노출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의상이 몸에 밀착돼 굴곡이 드러난 신체 부위를 공개 장소에서 몰래 촬영한 것을 성범죄라고 설명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몸매 굴곡이 확연히 드러나는 레깅스가 일상복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건 (레깅스가) 몸매 굴곡이 드러나는 이유 때문이 아니냐”며 “그럼 밖에서 안 입으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회적 갈등이 서서히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레깅스라는 단어에 이미 ‘패션’이 붙어 있는 만큼 레깅스는 패션업계의 한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며 “(MZ세대의) 영향력이 강해져 세대 간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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