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 청산, 독일식 총리 민주주의 택할 것…이명박·박근혜 통합 리더십으로 풀어줘야”
―출마의 변이 궁금하다.
“정치 교체를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 87년 체제 청산하고 대통령제 끝내겠다. 의회가 중심이 되는 의회민주주의, 특히 연합정치를 통해서 정치 안정을 기해야 한다. 대선에서 권력 구조나 헌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제가 나서서 정치체제 개편하고 헌법을 개정하겠다.”
―네 번째 출마다. 예전과 무엇이 다른가.
“작년 4·15 총선을 끝으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국운 상승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다가왔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등장으로 미‧중 대결이 극심하고 반도체 패권 전쟁, 배터리 전쟁 등이 전개되고 있다. 산업기술 강국으로서 또다시 국제 감각이 없는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된다.”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위한 개헌을 내걸었다.
“대통령제를 끝내고 다당제 국회에 의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적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국회는 청와대 하수다. 야당은 집권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 사법부 역시 청와대에 의해서 장악돼있다. 이러니 모든 정치적 행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극한대결 무한투쟁이다. 이런 나라는 없다. 의회 중심의 새로운 정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내각제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1960년 장면 내각이 군사쿠데타에 의해 붕괴됐을 당시 정치적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내각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크다. 독일식 총리 민주주의를 택하고자 한다. 독일은 기술 강국으로 8000만 인구가 최고의 복지를 누리고 있다. 정치적 안정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거다. 건설적 불신임제도가 핵심이다. 내각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차기 총리를 국회가 미리 합의해 선정하지 않으면 내각 불신임을 못하도록 제어장치를 만들었다. 또한 5% 이상 득표한 정당만 의회로 들어간다. 국회의원 선거 때 총리 후보를 미리 당에서 선출해 그 총리 후보가 총선을 지휘한다.”
―외부에서 단일화 제안이 올 수도 있다.
“관심 없다. 단일화를 통해 얻는 건 정치적 이득일 뿐이다.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단일화는 별 이득이 없다. 단일화를 통해 자기 길을 편하게 가는 건 정치의 정도가 아니다. 단순히 정치공학적인 접근인데 제가 그런 걸 못해서 아직 대통령이 못됐다(웃음). 그러한 정치 풍토는 끝내야 한다.”
―단일화는 없다고 봐도 되는가.
“헌법 제도의 개편과 87년 체제 종식을 위해 협의하고 연대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한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고 있는 단일화는 단순히 목소리를 크게 하고자 함이다. 어떤 분은 제2당과 합당 합의까지 했다가 그게 안 되니 제3당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3지대 후보와 교류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없다. 다만 87년 체제 관련해서는 논의할 의향이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민생당은 참패했다. 손학규 책임론이 컸다.
“책임을 통감한다. 지난 총선에서 민생당을 이끌고 총선을 지원했지만, 국민들이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정치를 떠나 있었다. 이번에 87년 체제를 정비하고 새로운 정치 체제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기득권을 떠나 민생당 탈당계를 제출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제3지대 세력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3지대가 가능성이 없다는 건 성급한 판단이다. 우리나라에서 3지대는 항상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은 원래 3지대 몫이었는데,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독식했다. 정치공학적인 파동으로 3당이 패망했지만, 중도로 통합의 길을 가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은 늘 있다. 그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았다.”
―돈도 조직도 없는 선거를 치른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울 수 있다.
“나홀로 대선이 얼마나 어렵나. 양당 체제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 오히려 무소속에 대한 지원이 커질 수 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축하려는 사람들이 나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손 대표님 잘 나왔다. 그동안 찍을 사람 없어서 선거를 어떻게 하나 했는데 찍을 사람이 생겼다’는 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역대 대선 중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이 나온다.
“국민들이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개인적인 문제로 서로 인신공격을 한다. 정책이라고 내놓는 게 포퓰리스트적인 부분도 많다. 극심한 분열과 갈등 속에서 통합과 민주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기도지사 선배로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사직 활동에 대한 평가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부문에서 선도적인 지역이다. 도지사가 도정을 안 보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하면 누가 도정을 보나. 그런 도정 공백이 나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법으로만 정의를 따지고 공정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익과 경쟁력을 위해 법 위에서 통합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간다. 평가는.
“대통령제 폐해가 더 심화됐다. 편 가르기가 일상화됐다. 문재인 정부를 끝으로 편 가르는 나라를 끝냈으면 좋겠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에 의해 심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격을 위해 통합의 리더십으로 풀어줘야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병에 걸렸냐. 노욕이냐. 노추냐. 미쳤냐. 별별 욕이나 비난 조롱 다 받을 각오를 하고 나섰다. 손학규가 비록 부족한 게 많지만, 우리나라 정치 이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국민 여러분, 함께 나가시길 간곡히 호소 드린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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