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수석(왼쪽), 이호철 비서관 | ||
당사자들은 “언론이 만들어낸 소설”이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는 속담처럼 파워게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들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현재 퍼지고 있는 권력암투설은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호철 민정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중심의 ‘부산인맥’과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력연구소 부소장 등 386참모그룹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이 부산에서 국회의원, 시장 선거 등에 출마할 때마다 함께 일했고, 때론 동지애를 나눈 사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을 함께 하면서도 사실상 관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문 수석이나 이호철 비서관 등은 재야적 순수성을 고집하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던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할 때 도와주고, 선거 후에는 미련 없이 본업으로 돌아갔다. 일부에선 이 때문에 이들을 ‘방랑자 그룹’으로 부르고 있다.
이호철 비서관은 88년 노 대통령의 국회의원 초기에 비서관을 지냈고, 이광재, 안희정씨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었다. 이 비서관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의원 비서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낙향해 버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386참모들과의 마찰도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실정치적 요소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386참모들의 등쌀에 다소 낭만주의적인 이 비서관이 견디기 힘들어했다는 게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전언이다.
▲ 이광재 실장(왼쪽), 안희정 부소장 | ||
문 수석과 이 비서관 등은 나름대로 원칙주의자에 가깝다. 측근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로 성공해야 함은 물론 새로운 인물로 부각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 걸림돌이 된다면 누구라도 제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희정씨가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청와대 민정팀은 엄정중립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안희정씨는 나의 오랜 동업자’라며 감쌌지만 이들 부산 인맥은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희정씨를 특별히 미워하진 않지만 사적인 감정에 따라 안씨를 보호해선 안된다는 논리였다.
안씨는 검찰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검찰에 대한 대단한 불만을 쏟아냈다. 검찰이 현 정권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생각에 커다란 불쾌감과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안씨는 검찰을 비난하면서 검찰과 업무연결을 하고 있는 민정수석실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언론에선 안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대통령에게 물어보라’며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도했으나 안씨는 이를 부인했다. 어쨌든 나라종금 수사를 둘러싸고 문 수석 등 청와대 민정팀과 안씨는 불편한 관계를 맺게 됐다는 게 여권 주변의 분석이다.
특히 안씨가 나라종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쯤 친구로부터 자동차를 받아 타고다니다가 물의를 빚는 등 안씨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비판적으로 보도됐다.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이강철씨도 친구의 고급승용차를 한 번 탔다가 오해를 사는 등 곤욕을 치렀다. 청와대 민정팀은 당시에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들의 사생활에 대해 은밀한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도 양측의 감정을 자극했다. 누군가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을 겨냥, 대통령의 전화사실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린 것으로 해석됐다. 386참모그룹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강 회장은 문 수석에 대해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정치를 하지말라는 내 말을 안 듣더니 결국 대통령을 잘못 보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금전문제를 담당했던 안희정씨와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의 갑작스런 문 수석 비판은 안씨의 평소 속마음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강 회장은 “내가 안희정의 꼬붕이냐”면서 부인했고, 안씨도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들의 갈등 이면에는 노 대통령의 스타일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언뜻 보아 이질적인 두 그룹을 모두 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현실 정치와 관련해서는 386참모들과 깊이 상의하는 반면, 정권을 운용하면서 ‘쓴소리’를 뱉어내는 부산인맥에 대한 인간적 신뢰 역시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럼에도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던 이들 사이에 상하관계 보다는 동지적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측근들 내부의 견제심을 발동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인맥이 386참모진에 비해 연배가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인선이나 정책결정시 386참모들에 의해 뒤집히는 경우가 수시로 빚어지면서 감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에선 그러나 갈등이라기보다 양 그룹의 기질적 측면에서 오는 차이가 과도하게 포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약간의 틈새를 크게 떠벌리고 언론에 알리는 ‘견제세력’이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견제세력이란 주로 대선 전후에 노 대통령 캠프에 결합한 청와대와 당의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가리킨다. 여권은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더욱 더 복잡하게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잘 움직여지면 뒷말도 줄어드는데, 최근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내부 갈등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