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코리아 노조 “OECD 제소, 고용노동부 고발 취하 안 해”
샤넬코리아 노조는 지난 21일 오전 6시쯤 사측과 교섭에 합의했다. 교섭안의 핵심 내용은 △오프라인 사업을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이를 지원 및 조율하기 위한 노사 간 대화를 분기별 진행 △2022년부터 진행하는 ‘여성이 근로하기 좋은 회사 만들기(가칭)’ 프로젝트에 노조가 참여 △면세사업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용안정협약서 합의 △임금인상 기본급 평균 4.2% 인상, 호텔상품권 20만 원+백화점상품권 20만 원 △법정공휴일과 관련한 제도 정비 및 미지급수당 2년치 소급 적용 △타임오프 및 노조 활동 확대 △직장 내 성희롱 예방제도 강화 등이다.
이번 교섭안에는 샤넬코리아 노조가 주장했던 4%대 임금 인상과 법정유급휴일 보장, 휴일근무수당 지급이 포함돼 이목을 끌었다. 이는 샤넬코리아 노조가 이전부터 사측에 강력히 요구해왔던 부분이다.
앞서 샤넬코리아 노조는 총파업 선언 당시 “샤넬코리아는 온라인 매출에 기여한 노동을 인정하고 합당한 임금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역대 좋은 성과를 내고 38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코로나19로 매출액이 40% 줄었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며 “성과이익을 독식하고 노동자에게는 합당한 임금과 휴일수당을 주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법정공휴일을 준수하라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했다”고 외쳤다.
샤넬코리아는 크게 패션부문과 뷰티부문으로 나뉜다. 패션 부문에 속하는 가방, 의류, 액세서리 등으로서 오프라인 판매만 이뤄진다. 반면 뷰티부문의 화장품이나 향수 등은 온라인 판매가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샤넬코리아 뷰티부문 근로자의 급여는 기본급과 매출에 따른 수수료로 이뤄진다. 그런데 샤넬코리아 매장이 입점한 백화점·면세점 등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결제된 금액은 매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온라인으로 구입한 제품의 환불·교환 요청, 온라인 구매 전 제품 체험 등 고객 응대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넬코리아 뷰티부문 근로자들은 온라인 매출에 기여한 데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 오프라인 판매만 이뤄지는 패션부문과 달리 온라인 판매가 적지 않은 뷰티부문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샤넬코리아는 또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0년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모든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적용해야 한다. 샤넬코리아는 교섭 전까지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휴일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2018년 2월 28일부터 휴일에 근무할 경우 8시간 이내면 통상임금의 150%, 8시간을 초과하면 200%를 지급해야 한다. 샤넬코리아 노조와 샤넬코리아 측은 이번 교섭에서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비록 교섭에는 합의했지만 샤넬코리아 노조는 샤넬코리아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OECD 한국연락사무소(KNCP)에 제소한 것과 근로기준법·노동조합및노동조합관계조정법 위반에 대한 고용노동부 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샤넬코리아 노조가 제기한 OECD 가이드라인 위반사항은 △단체교섭에 필요한 회사 정보의 공개 거부 △감염병 대응책을 비롯한 회사 정책에 대한 노조의 협의권 부정 △성폭력 사건 관련 노조의 정보권·협의권 거부 △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및 단협 위반 △현장직·사무직 차별 및 조합원·비조합원 차별 등이다. 샤넬코리아 노조는 제소 당시 “OECD-TUAC(노조자문위원회), 국제사무금융IT노조연합(UNI) 등과 연대해 샤넬코리아의 부당한 행위를 OECD 본부가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샤넬코리아 측이 교섭 중 OECD 제소와 고용노동부 고발에 대한 취하를 조심스럽게 요청했다는 전언도 있다. 샤넬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비록 사측과 협상을 타결했지만 OECD 제소는 훗날 노사관계의 틀을 마련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취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부 고발건은 샤넬코리아가 2년 동안 지급하지 않은 법정공휴일 미지급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등 교섭 내용 이행 여부가 먼저이고 (고발건) 취하는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교섭이 이뤄졌다는 것을 제외하고 (샤넬코리아 입장 등) 나머지 확인은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샤넬코리아 노조와 사측 간 갈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국내 시장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불이익 문제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샤넬코리아가 앞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더 이끌기 위해선 현재 수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근로자 정책에 대한 내부 쇄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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