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부동산 민심’ 자극, 김진국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비검찰 출신 중용해 인사검증 능력 떨어져” 평가도
최근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 입사지원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진국 전 수석 아들이 여러 기업에 낸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이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 등의 내용을 써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진국 전 수석은 논란이 불거지고 하루 만인 12월 2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은 “아버지로서 부족함이 있었다.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무엇보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대통령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송구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온전하게 평가받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 전 수석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속한 사의 수용에 대해 “국민이 느낄 정서 앞에 청와대가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퇴로 김 전 수석은 지난 3월 임명된 지 9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김진국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다섯 번째 민정수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정수석 리스크’가 고질적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아왔다. 민정수석은 사정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김영삼 정부 이후부터 주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맡아왔다. 다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검찰과 민정수석의 분리를 강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친구 박정규 변호사를 제외하고는 ‘비검찰 출신’들을 임명했다.
이러한 ‘비검찰 출신’ 인사 기조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로 검찰개혁을 내세운 것도 ‘비검찰’을 선호하는 하나의 이유로 꼽혔다.
문 대통령은 초대 민정수석으로 학자인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를 임명했다. 청와대는 조국 전 수석 인선 배경에 대해 “조 수석은 비검찰 출신 법치주의 원칙주의 개혁주의자로서,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확고히 뒷받침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조국 전 수석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2년 2개월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 재직 기간인 2년 4개월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다. 조국 전 수석의 업무수행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 인사 부실 검증 책임론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국 전 수석은 민정수석 사퇴 16일 만에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그러자 자녀의 대학입시 특혜 의혹,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이른바 ‘조국 사태’가 벌어지며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문제를 건드리며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의 변곡점이 됐고, 여전히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조국 전 수석 후임으로는 감사원 출신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임명됐다. 조국 수석이 ‘대학입시’ 문제에 휩싸였다면 김조원 전 수석은 ‘부동산’ 민심을 자극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노영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9년 12월 ‘청와대 참모 1주택 보유’를 권고했다. 당시 김조원 수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 청와대 참모 중 유일하게 강남3구에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입방아에 계속 오르자 김조원 전 수석은 잠실 아파트 처분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은 것이 알려져 매각하는 시늉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1년여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3대 민정수석에도 감사원 출신인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취임했다.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추·윤 갈등’으로 대표되는 당정청과 검찰 사이의 대립각이 첨예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비검찰 출신’ 민정수석 인선 기조에서 벗어나 중재자 역할로 검찰 출신 인사를 민정수석에 앉힌다. 바로 신현수 전 수석이다.
신현수 전 수석은 당초 문 대통령 재임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신 전 수석은 2개월로 가장 짧은 임기를 기록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간부 인사 조율 과정에서 ‘패싱’ 논란이 일자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만류에도 신 전 수석은 뜻을 굽히지 않더니 돌연 나흘간 휴가를 다녀온 후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했다.
신 전 수석 ‘사의 파동’ 과정에서 ‘법무부-검찰’ 힘겨루기뿐만 아니라 ‘법무부-민정수석실’의 갈등까지 권력 내부 균열이 외부로 노출됐다. 문 대통령도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2021년 3월 4일 신 전 수석 사표도 함께 수리했다. 이어 5대 민정수석이 된 김진국 수석마저 이번에 아들의 입사지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청와대를 임기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9개월 만에 조기 낙마했다.
대통령의 리스크를 막아줘야 할 민정수석이 오히려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에 문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수를 답습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은 감찰과 인사검증을 하기 때문에 사정기관에 어느 정도는 강한 장악력을 가져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노 전 대통령도 민정수석을 ‘비검찰 출신’으로 임명해 제대로 된 인사 검증과 감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정수석을 직접 해본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과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마저 검찰개혁을 앞세워 민정수석이 검찰과 선을 그으며 인사 시스템에 허점을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김진국 전 수석 사퇴로 민정수석이 공석이 되면서 후임 인선에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기 대선이 70여 일, 문 대통령 임기는 130여 일 남았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한 민주당 의원은 “민정수석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인사 검증이다. 문 대통령이 국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새로 선임되는 고위 공직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무리해서 새로운 민정수석을 물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 선임비서관인 이기헌 민정비서관이 대행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에서도 김 수석 후임 인선에 대해 아직 논의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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