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정치인 사찰 논란으로 번져…박범계 “신생팀” 응원 호소에 법조계 싸늘
정치 편향성과 수사 능력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에서 옹호의 발언들이 나오고 있지만 공수처 안팎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특히 경찰에서 파견된 30여 명의 수사관도 복귀를 앞두고 있어, 공수처의 수사 역량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진욱 처장 사퇴론과 함께 공수처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법조계는 사퇴나 해체가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를 더욱 흔드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2022년 상반기 중 제대로 된 수사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이런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늘어나는 통신조회 규모
12월 29일 오전 기준, 언론사 기자 130여 명(외신기자 포함), 야당 정치인 66명, 일반인 36명 등 235명가량이 공수처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법조팀 기자들로, 기자의 가족이나 지인 등도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배현진 최고위원, 조수진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초선과 다선을 가리지 않고 공수처의 통신기록 조회 대상이 됐다. 아직 결과 확인 중인 케이스도 많아, 공수처의 통신조회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자료는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라, 통신사를 통해 직접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법원으로부터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과정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공수처의 태도다. 공수처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수사하면서 무차별 통신조회를 했는지 해명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12월 24일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빚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 등 일반인의 통신자료 확인이 불가피했던 점, 수사 중인 개별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혜량해 달라”고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건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12월 22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는 수사 대상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적법 절차에 따라 통신사실을 확인했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닌 기자들을 상대로 한 수사는 위법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박범계 나섰지만 커지는 비판
결국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장관은 12월 26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지금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여망과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저도 느낀다”면서도 “공수처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2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의 상징이다. 축구단으로 비유하면 신생팀이다. 부족하다면 보충해주고 격려가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수처에 대한 지원에도 나선다. 현재 공수처에 파견된 경찰 수사관은 34명인데 이들이 2022년 1월 말 모두 경찰로 복귀한다. 수사력이 부족한 공수처에서 30여 명의 수사관이 빠져나가는 것은 큰 타격이다. 박범계 장관은 이런 우려를 감안해 12월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수처 수사 지원을 위해 파견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법무부나 검찰에서 지원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박 장관의 옹호에도,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초대 공수처장과 차장 모두 법원(판사) 출신으로만 뽑겠다는 원칙을 정해놓은 탓에, 수사 능력 부재가 드러난 것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는 수사를 해본 사람이 해야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검사 출신 지원자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무조건 비검사로만 뽑겠다는 기준으로 수사 라인업을 세팅해 놓고 이제 와서 불거지는 논란들에 대해서 ‘응원해달라’라고 하는 것은 앞선 잘못들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에 대한 공격까지 이어지는 대목이다. 야당이 앞장서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공수처장을 당장 감방에 보내야 할 사안”이라며 “하루빨리 내쫓아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검찰에 속속 쌓이는 공수처 사건들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12월 28일 김진욱 공수처장과 성명불상의 공수처 관계자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이성윤 고검장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 공소장을 최초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에 대해 통신영장을 받아 통신내역을 사찰한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고발인데, 사건은 공수처가 위치한 안양지청 형사3부에 배당됐다. 이미 안양지청은 △이성윤 고검장 황제 조사 △거짓 해명자료 배포 의혹 등을 놓고 공수처에 대한 수사가 계류돼 있다.
검찰은 아직 공수처에 대해 소환조사를 포함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에 따라 수사를 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 일각에서는 공수처 해체론과 함께, 김진욱 공수처장 교체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미 출범한 공수처를 어떻게 없앨 수 있겠나. 공수처 해체론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공수처가 사찰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검찰의 대체자 성격으로 등장한 공수처가 오히려 검찰만 못한 존재라는 지적과 함께 역할이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 전 공수처의 대응에 따라 선거 과정에서 공수처가 선거 공약으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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