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퇴진·이준석 고립’ 안철수와 단일화 포석…신당 창당 카드와 박근혜 메시지도 주목
2월 대란설의 한 축은 ‘후보 교체론’이다. 대선 경선에서 뽑힌 윤석열 후보를 합법적으로 교체할 방법은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사망이나 제명을 빼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자의 정당 추천 취소와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당내 경선 낙선자의 입후보도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사망, 피선거권 상실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보 교체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후보 교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적인 후보 교체 방법은 단일화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은 단일화를 ‘대선 상수’로 본다. 여당 전략통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된다는 전제 하에 대선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윤 후보가 1월 5일 김종인 전 총괄상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내치자, 사실상 보수 대연합을 위한 판 깔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는 윤 후보의 차르(김종인 위원장의 별칭) 배제가 ‘이준석 고립 작전’이라는 분석과 그 궤를 같이한다. ‘선출직’인 이 대표를 합법적으로 끌어내지 못하니, 우회로를 통해 힘 빼기를 시도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그간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맞서 내부투쟁을 전개했다. 82세의 노정객과 헌정사상 첫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중반) 당수가 세대 동맹을 맺은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윤 후보 측 인사들에게 이 둘(김종인·이준석)은 눈엣가시였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진영 복수의 인사들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의 첫 번째 걸림돌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를 꼽았다.
‘김종인·안철수’, ‘이준석·안철수’는 정치권의 질긴 악연 중 악연이다. 보수진영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도 문제이긴 하지만, 서울 노원병을 놓고 경쟁하던 이 대표가 더 걸림돌”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김종인 퇴진을 통해 이준석 고립 작전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관전 포인트는 2월 대란설의 물꼬를 틀 ‘후보 단일화 논의 시점’이다. 여의도 전략통들은 설 연휴(1월 29∼2월 2일) 전후를 주목했다. 3·9 대선 한 달 전인 데다, 설 밥상머리 민심이 대선판의 분수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월 중하순’이 단일화 논의 최적기라는 이유다. 일각에선 물리적 시간 부족을 이유로 단일화 무산을 예상하지만, 여야 인사들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대세론에 맞섰던 노정(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대선일로부터 불과 2주 전에 단행됐다.
“안 후보와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야권 인사들은 최근 이 같은 공통된 인식을 쏟아냈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도가 급락하자 내부 위기감은 연일 확산됐다. 이들의 시선은 대선 승리를 위한 지지도 셈법으로 쏠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보는 ‘당선권 지지도 하한선(다자 구도)’은 전화면접 조사 기준 42%다. 득표율로 환산할 경우 45% 선으로 추산된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은 41.1%였다. 당시엔 20%대 후보가 두 명(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24.0%,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4%)에 달했다.
지금은 양강 후보를 빼면 안철수 후보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양강 주자의 지지도는 ‘전화면접이냐, 자동응답(ARS) 전화조사냐’에 따라서 상이하지만, 이 후보의 경우 전화면접은 30%대 후반, ARS 전화조사는 40%대 초반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전화면접에서 20%대 후반, ARS 전화조사에서 30%대 중후반에 그치고 있다. 양강 주자 모두 당선권 지지도 하한선에는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다급한 쪽은 윤석열 후보다. 그는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지지도 40% 중반을 돌파, 이 후보와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021년 11월 7∼8일 조사(9일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는 46.2%, 이 후보는 34.2%였다. 안 후보는 4.3%, 심상성 정의당 후보는 3.7%(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로 각각 조사됐다. 그로부터 두 달 사이 윤 후보 지지도는 크게 하락했다. 승리를 자신하던 국민의힘 내부엔 위기감이 짙게 깔렸다. ‘이러다가 다 죽는다’라는 우려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의 고삐를 당길 것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변수는 신당 창당이다. 애초 윤 후보가 김한길 전 의원을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영입했을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보수판 열린우리당이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책사인 김한길 전 의원은 여의도의 ‘창당 전문가’로 통한다. 여당 중진 의원은 김 전 의원을 언급, “당적 변경만 9차례나 한 ‘정당 파쇄기’”라고 평가 절하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김한길 역할론’에 대해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며 “윤 후보가 당선되는 순간 이준석·홍준표 등은 다 팽당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직후 여소야대 타개를 위해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게 ‘보수판 열린우리당’의 주요 시나리오였다. 앞서 친노(친노무현)계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5월 신당 모임을 추진, 그해 11월 11일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맨 처음 47명의 의원에 불과했던 신당은 이듬해 4월 15일 제17대 총선에서 과반(152석)을 차지했다. ‘노무현의 승부수’를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정면 돌파한 셈이다.
새시대준비위의 신당 창당을 놓고는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선대위 전면 해체 직전, 새시대위원회 역할에 대해 “신당 창당을 모색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신당 창당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시대준비위의 신당 창당은 ‘대선 이후’ 변수였다. 신당 창당이 ‘포스트 대선’ 정국의 변수에 국한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윤 후보가 차르를 내치면서 신당 창당이 대선 정국의 변수로 들어왔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새시대준비위도 당연히 해체됐다”고 했으나, 김한길 전 의원은 윤 후보 곁에서 책사 역할을 하기로 했다. 특히 윤 후보의 선대위 전면 개편안 발표 직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버티기 모드에 돌입, 단일화를 넘어 보수 통합이 대선 상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었다. 윤 후보 측 견제에도 마이웨이를 택한 이 대표의 직을 합법적으로 떼는 유일한 방법이 ‘신당 창당’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원로와 중진 그룹에선 “이준석 리스크가 정권교체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한길 전 의원이 안 후보와 손을 잡는 보수 빅텐트 추진에 나설 경우 그 모델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될 전망이다.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 김한길호는 2년 후 신당 창당 중인 안 후보와 ‘진보 빅텐트’를 쳤다. 신당 노선 모토는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전면적 결합이었다. 그 밑바탕엔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 깔렸다. 당시 양측의 통합은 당 수뇌부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로 진행됐다. 위기의 윤 후보가 대선 막판 후보 단일화부터 신당 창당 등의 카드를 쥐고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 메시지’가 대선발 정계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특별사면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퇴원 예정일은 2월 초인데,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퇴원할 때 육성 메시지를 직접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박(친박근혜)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정치적으로는 침묵할 것”이라며 “침묵을 해도 말씀을 안 담아도 정치적”이라고 했다.
대선 한 달 전 퇴원하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대선발 정계개편 도중 나올 경우 만만치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한 분석가는 “윤 후보 측의 친이명박(MB)계와 친박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월 대란설을 관통하는 후보 단일화, 신당 창당, 박근혜 메시지 등 3대 변수에 따라 대선 막판 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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