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매출’ 사장 해임 처분 뒷말…회원과 갈등 뒤 총리실·문체부 잇단 감사 “석연찮다” 반응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골프장 뉴서울CC는 한국문화진흥(주)이 운영하고 있다. 한국문화진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다. 사실상 문체부가 운영하는 골프장인 셈이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워 예약이 치열한 골프장으로 알려져 있다. 뉴서울CC에서 나오는 수익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쓰인다.
뉴서울CC는 2013년 11월부터 특별회원제를 도입했다. 클럽하우스 리모델링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특별회원 약정서에 따르면 특별회원은 크게 두 가지 혜택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번째는 예약 혜택이다. 특별회원은 1일 1팀 월 20회에 대한 예약 권한을 받았다. 두 번째는 가격 혜택이다. 특별회원은 4인 기준 1팀 그린피 15만 원으로 18홀 라운딩을 이용할 수 있다.
특별회원들은 약정서에 명시된 내용 외에도 또 다른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을 정회원보다 5일 빠르게 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이 혜택은 1992명에 달하는 정회원들이 특별회원제에 반발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매매를 통한 양도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뉴서울CC 특별회원권은 시장에서 40억 원 잠정가치를 지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9년 2월 27일 정 아무개 씨가 뉴서울CC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 대표는 계약서상 명시된 조건에 따라 뉴서울CC 매출 증진을 추진했다. 사장 경영계약서상 명시된 ‘기금조성 목표관리’ 항목에 따르면 정 대표는 연간 기금 60억 원, 내장객 16만 6500명을 달성하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날인했다. 이 밖에도 전직원 마케팅 동참, 탄력요금제 시행, 잔여타임 Zero(제로·0)를 위한 직원 추천팀 이벤트 시행, 연간 단체팀 확대(250단체 이상) 등 항목이 명시돼 있었다.
뉴서울CC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대표는 기존 업무방식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계약 조건 달성을 강력히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서울CC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취임한 첫해부터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면서 “내장객 목표치(16만 6500명)도 2년 연속 초과 달성했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사실상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성과를 달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특별회원제 존속 여부 및 운영 등을 두고 일부 특별회원과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뉴서울CC 내부적으로 특별회원으로 인한 연간 매출 손실이 연 10억 원가량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9년 12월 8일 뉴서울CC 이사회에선 특별회원권 이용조건 변경에 관한 건이 논의됐다.
2020년 10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사회 녹취록 자료에 따르면 정 대표가 특별회원 이용 조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이 아무개 특별회원이 정 대표를 향해 “XX새끼 X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며 욕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가 “화가 나더라도 욕하지 마시라”고 하자 특별회원 이 씨는 “그래 XX새끼야 어디서 X같은 새끼가 사장으로 와가지고”라며 받아쳤다. 이사회 욕설 파문 이후로 특별회원 권한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임오경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뉴서울CC 특별회원들은 총 1만 962회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회원 권한 조정 관련 갈등을 제외하면 뉴서울CC 경영 성과 지표는 좋았다는 평가다. 뉴서울CC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출신 대표가 취임한 뒤로 매출액과 내장객 수 모두 초과달성됐다”면서 “코스 환경도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2021년 경영성과는 지난 2년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2021년 6월부터 시작된 변수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변수는 국무조정실의 공직복무 점검이었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은 2021년 6월 2주에 걸쳐 뉴서울CC 공직복무 점검을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복무관리관은 국무1차장을 보좌해 부조리 취약점검과 더불어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을 제시할 권한을 가진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 점검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건 문체부였다. 문체부는 국무조정실 점검결과 자료를 근거로 2021년 10월 12일부터 10월 15일까지 뉴서울CC 특정감사에 돌입했다.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 정 대표는 부정청탁에 따른 골프장 예약·이용 편의 제공, (예약업무 관련) 특정업체 특혜 제공, 근무시간 중 골프장 무료 이용,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등 비위행위가 적발돼 해임 조치 요구 처분을 받았다. 사실상 해임 처분이다.
뉴서울CC 핵심 관계자는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차관급 인사가 차기 사장으로 내정돼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면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차기 사장 내정설이 돈 뒤 이례적인 해임 처분이 나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단 문체부에서 지적한 비위 행위 내용은 사장 경영계약서 경영 목표와 모순된 양상을 띤다. 잔여타임 제로와 기금 조성 차원에서 지인에게 판촉행위를 해 골프장 예약과 이용을 하게 한 것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약 부당 배정과 이용료 할인 혜택, 직원들에게 특정 거래소에 홍보하도록 직원에게 부당하게 지시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은 탄력적 가격운용 및 전직원 마케팅 동참이라는 계약 조건과 모순된다. 근무시간 중 골프장 무료 이용의 경우엔 골프장 사장에겐 시설을 점검하는 차원인 데다 역대 사장들과 비교하면 정 대표의 라운딩 횟수가 현저히 적다.”
뉴서울CC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정 대표 해임 사유가 모두 계약상 명시된 달성 조건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정 대표는 근무 중 라운딩을 하면서 잔디 상태 점검, 시설물 점검 등을 꼼꼼히 진행했던 것을 모든 직원이 봤다”면서 “되레 대표가 라운딩을 하면 직원들이 골프장 개선 관련 새로운 과업을 부여받아 난감해 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 해임 처분과 관련해 뉴서울CC 내부에선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과 더불어 “외부의 압력으로 표적감사가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뉴서울CC 내부에서 작성된 진술서 등에 따르면 한 직원은 “2021년 5월 초 특별회원 B 씨가 내게 ‘사장이 참 나쁜놈’이라면서 다음 사장은 A (특별)회원이 정권 실세인 OOO에게 얘기해 내정돼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 회원이 정권 유력인사들을 초청해 빈번하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목격담도 쏟아졌다. 기업인인 A 회원은 여권 유력 정치인 동생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뉴서울CC 특별회원들은 그동안 누리던 혜택 중 일부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특별회원이 뉴서울CC 특별회원 권한 조정에 대해 제기한 민사소송 결과가 나온 까닭이다.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1월 1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35일 전 예약이 가능한 점은 정회원과 동일하게 조정하되, 월 20회 예약 권한은 유지한다”는 취지 판결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회원 약정서에 명시된 사항은 유지하고, 명시되지 않은 관행에 대해선 조정이 이뤄진 판결로 풀이된다.
특별회원 권한 관련 민사소송 결과와 별개로 문체부 감사에서 해임 조치 요구 처분을 받은 정 대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정 대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지적된 사항은 사장 경영계약서 등에 준한 영업활동의 일환이며 부당하게 지시했다고 하는 예약건수가 실제와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1월 13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재심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 대표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1월 13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뉴서울CC 관련 논란에 대해 입을 열 처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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