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밀접접촉자 폭증 대비 오후 6시 이후 투표에 우편 투표도 논의…득표 차 근소하면 논란 불가피
1월 중순 미국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연구소(IHME)는 한국의 오미크론 감염자 수 정점을 2월 25일 즈음으로 예상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무려 14만 5000여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해 눈길을 모았다. 당시만 해도 너무 과도한 예측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요즘 분위기로 보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오미크론 변이 정점의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를 20만 명 이상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다.
IHME의 예측은 앞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국가들의 사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영국과 미국 등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뒤 급속도로 확진자가 급증해 한 달가량 지난 뒤 정점을 찍는 양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월 20일을 전후해 오미크론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이 시작돼 1월 26일 처음으로 1만 명대 일일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해외 사례처럼 한 달가량 지난 뒤 정점에 다다른다면 IHME의 예측처럼 2월 25일 즈음에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 해외 사례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그 이후에는 일일 확진자 수가 급감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IHME는 미국이 오미크론 대유행을 극복하고 엔데믹이 현실화되는 시점을 4월 말로 예상했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2월 말에 정점을 지나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엔데믹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성공적인 K-방역의 역습’이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그만큼 코로나19 확진으로 면역을 확보한 국민이 많아진다. 여기에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이 더해져 집단 면역이 형성돼 코로나19 엔데믹의 길이 열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영국과 미국 등 비교적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서구권 국가의 사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한 가지 존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의 방역 정책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왔고, 그만큼 확진자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었다. 이는 반대로 코로나19 확진으로 면역을 형성한 인구수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델타 변이 등 기존에도 확진자 규모가 컸던 국가들이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해 한 달 정도 확진자 규모가 더욱 급증한 뒤 정점에 도달한 데 반해 기존 확진자 규모가 작은 한국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 추세가 한 달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 일정 비율의 국민이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면역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K-방역의 상징이던 대대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역학조사가 오미크론 대유행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PCR 검사 대상을 축소하고 신속항원검사와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검사를 기본으로 하는 방역 정책의 변화로 확진자를 신속하게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한국의 오미크론 정점이 2월 말이 아닌 3월 말이나 그 이후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앞으로 두 달에서 석 달 동안 폭발적인 확진자 발생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며 “지금 예측 모델을 보면 6~7월 정도 돼야 오미크론 유행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에 가까워져 가는 가운데, 바로 그 즈음인 3월 9일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열린다. 제21대 국회의원총선거(총선)가 열린 2020년 4월 15일보다 훨씬 좋지 않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우선 투표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참고로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로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58.0%)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7년 치러진 제19대 대선 투표율은 77.2%였다.
21대 총선 투표율로 볼 때 코로나19 유행이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21대 총선이 치러진 2020년 4월에 비해 요즘 상황이 훨씬 좋지 않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은 그 당시에도 지금 못지않게 컸다. 오히려 오랜 대유행의 피로감과 높은 백신 접종률로 인해 공포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보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3월에는 일일 신규확진자 규모가 10만 명을 넘길 수도 있다는 데 있다. 현재 확진자의 자가격리 기간은 7일로 하루 평균 10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선거일에 격리된 인원이 10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 확진자가 하루 10만 명 이상 발생할 경우 7일 동안 누적되면 70만 명이 넘는 데다 자가격리 중인 밀접접촉자도 있다. 밀접접촉자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 등에 대해 자가격리 기준이 완화됐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길 경우 자가격리 중인 밀접접촉자의 수도 어느 정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나마 3월 4일과 5일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확진자의 경우 거소투표(우편 투표) 신고를 신청 받고 생활치료센터 내에 특별 사전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또한 자가격리 중인 밀접접촉자의 경우 일반 선거인이 모두 퇴장한 오후 6시 이후에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확진 및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격리자가 100만 명을 넘길 경우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선관위는 2020년 21대 총선과 2021년 4·7 재보궐 선거 당시와 같은 기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시에 비해 자가격리자가 폭증했다는 부분은 분명 변수다.
또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 차이가 근소하게 나올 경우 선거가 끝난 뒤에 더 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155조에서 규정한 선거 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임을 감안하면 밀접접촉 등으로 자가격리 중인 국민의 오후 6시 이후 투표를 두고 무효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우편 투표는 미국 대선 당시처럼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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