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을 끼고 있어 과거 상습 침수지로 손꼽혔던 서울 양천구. 천호의 가구가 들어설 정도로 인구가 밀집할 거라는 옛 예언처럼 수십 년 후 이곳은 대규모 주택단지로 변모했다.
그리고 상전벽해 꿈같은 발전을 이룬 도시에는 이제 부지런히 내일을 향해 도약하는 사람들이 동네 구석구석을 밝히고 있다.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비상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월동으로 향한다.
서울 서남부 최대 규모의 휴식공간이라는 서서울호수공원. 잎도 꽃도 잠든 공원엔 작지만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 바로 5분에 한 대씩 공원 호수 위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다. 호수 가장자리에서 일제히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는 유난히도 가깝게 느껴진다.
양천구살이 30년 차 3년 째 서서울호수공원의 사계를 담는다는 사진사를 만난다. 그에게 비행기는 공원 풍경의 일부 그 이상이다. 먼 곳 어딘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다시 또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 그 설렘을 안고 그는 렌즈 속에 양천구의 하늘을 담는다. 매일 다른 하늘과 공원의 계절이 차곡차곡 작품이 된다.
초등학교 앞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작은 빵집이 있다. 학원 차를 기다리며 하교 후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정류장이 되어주는 곳. 종종 인심 좋은 사장님이 건네는 빵 시식은 덤이란다. 어쩌다가 이 가게는 동네 쉼터가 되었을까.
사장 최혜자 씨는 자칭 '신월동 토박이'로 삼 대가 모여 살던 집을 개조해 빵집을 연 그녀에게 이 동네 어린이들은 모교 후배다. 그러니 자식뻘 손님들에게 자꾸 뭐 하나라도 더 쥐어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지사다. 여기에 상권을 살리겠다며 이웃 가게의 물건을 전시하기까지 한다.
혜자 씨에게 추억이 깃든 동네는 함께 성장하고 싶은 애정 어린 삶의 무대다. 거친 세상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해준 어린 시절의 추억. 그 추억의 힘을 안고 그녀는 오늘도 이웃들에게 빵을 선사한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열매 화가 굴림 만두 가게, 도심 속 동네 뒷산 용왕산, 마을 라디오 DJ 5인방, 서울 유일의 열녀문, 신영시장 청년들의 채소 가게, 복 많은 부부의 아귀찜 한 상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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