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남양주 농장 출입문(위)과 농장 내의 저수지(아래). | ||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의 동부그룹 소유의 농장이 농장 출입과 관련, 마을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농장 내 토지를 별도로 소유하고 있는 동네주민의 출입은 물론, 시 소유의 저수지 출입까지 농장에서 막고 있어 재벌그룹의 횡포가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동부그룹측은 마을 주민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자신들을 파렴치한 재벌로 몰고 갔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지 취재 결과 농장 내에는 이씨 외에도 황아무개씨의 토지가 있었는데 지난해 황씨가 이씨에게 1천평의 땅을 2억원을 받고 판 것이 지금의 논란을 불러왔다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농장의 출입제한이 마을 주민과 마찰을 빚자 농장측에서 주민들과 합의를 시도했는데, 합의 내용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어수선한 상태다.
현재 출입이 제한된 농장 내에 별도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지난해 땅을 매입한 이씨와 원래 소유주였던 황씨 두 사람이다. 황씨는 농장 출입로 왼쪽에 6백90평, 오른쪽에 1천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1천평의 토지를 이씨에게 팔았다.
황씨는 남양주시 1∼3대 시의원을 지낸 인물로 지역 내 토지를 다량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장 내뿐만 아니라 인접 토지 중에도 황씨 소유 땅이 있다. 동부측은 농장 내 황씨의 토지를 사기 위해 오래 전부터 황씨와 협상을 벌여 왔다. 농장측에 따르면 황씨가 평당 50만원까지 가격을 높여 부르는 등 무리한 조건을 제시해 땅을 사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농장측과 협상이 마무리 단계까지 왔었는데, 갑자기 이씨에게 평당 20만원(총 2억원)에 토지를 매각했다. 이를 두고 동부측은 “여러 가지 정황과 사례를 들어 황씨와 이씨가 농사 목적이 아니라 소위 ‘알박기 투자’를 목적으로 해당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황씨는 “나 자신도 고향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고, 이씨도 순수하게 농사를 지을 사람으로 보여 땅을 판 것이지 투기 목적이라면 팔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농장측은 이씨가 농사를 짓기 위해 출입하는 것을 막은 적이 없고 이씨의 토지매입 후에는 농로까지 만들어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는 큰길을 놔두고 불편한 길을 가도록 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황씨 또한 출입을 막는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 농장은 몇 년 전부터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농장이 출입로에 철문을 설치하고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해 왔기 때문이다. 농장측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농장 내에 위치한 시 소유의 새말저수지 출입을 왜 막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농장측이 출입로를 막기 전에 풍광이 뛰어난 이곳 저수지는 마을 사람들의 놀이 장소로 자주 이용되었다고 한다. 농장이 이곳의 출입을 막은 뒤부터 주민들과는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1999년에는 주민들이 덤프트럭 두 대로 흙을 출입문 앞에 쌓아 동부측의 출입도 막으며 대치했는가 하면, 지난해 7월에는 주민 5명이 저수지에서 친목회를 연 것을 농장에서 무단침입으로 고발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하는 등 양쪽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농장측은 비싼 관상수가 뿌리째 도난당하는 일이 빈번하자 부득이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저수지는 남양주시에서 물놀이 등 유희행위를 금지한 곳이기 때문에 유원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몇 년간 마찰이 이어지자 농장측은 올해 마을회관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주민들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합의서 내용은 동부문화재단이 저수지를 관리하도록 하고 주민들은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 마을 주민은 농장에 무단 침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마을에 신규 전입자가 있을 경우 마을 주민들이 설득시켜 합의사항을 이행시켜야 하며, 행정관청에서 저수지의 용도변경이나 매각을 시도할 경우 동부의 결정을 따라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동부측이 지어준 마을회관 건립비를 마을 주민들이 물어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농장 입구에 거주하는 마을주민 A씨는 “합의서 내용을 보면 동부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마치 노비문서’를 보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따지고 보면 농장 출입로도 마을 주민들의 땅인데 그곳을 수시로 출입하면서 자기네 땅은 막아 놓은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동부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가. 재벌회장 한 사람의 이득을 위해 다수 주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횡포일 뿐”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씨는 농장측에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면 농장은 이씨에게 농지까지 왕래할 수 있는 도로를 내 주어야 하는데, 대신 이씨는 길에 대한 임대료를 농장에 지불해야 한다.
저수지의 경우 시(市)의 소유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를 이용하려면 농업용수 이용 등 명확한 사용목적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사유지인 마을 관통 진입로는 주민들과 농장의 합의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한편 남양주시는 “농장 내의 별장이 불법으로 증개축한 것에 대해 지난해 10월 고발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주민들과의 분쟁에 대해서는 행정관청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