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능력 의구심에 승계구도 확실치 않아…한미약품그룹 “책임경영 구현 위한 조치”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5일 송영숙 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경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그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각자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송영숙 회장은 한미약품 회장직도 겸하고 있어 그룹 경영 전반에 더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이 2020년 별세하자 회장직에 올랐다. 이전까지 경영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송 회장이 단숨에 그룹 경영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성기 전 회장이 남기고 간 지분이 있었다. 임성기 전 회장은 생전 34.2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송영숙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대거 상속받았고, 지분율이 기존 1.26%에서 11.2%로 급등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임성기 전 회장은 2014년 손자·손녀들에게 수백억 원 규모의 지분을 세대 생략 증여(한 세대를 건너뛰고 지분을 증여해 증여세를 합법적으로 절세하는 증여 방식)를 할 만큼 증여세에 대한 대비를 해 왔던 터라 송 회장이 엄청난 규모의 지분을 상속받은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있었다. 송 회장이 다시 다음 세대에 지분을 넘겨줄 때 막대한 증여세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임성기 전 회장이 자신의 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송 회장에게 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송영숙 회장이 단독대표로 나서면서 장남 임종윤 대표로의 승계구도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2000년 한미약품그룹에 합류해 20년 이상 경영수업을 받은 임종윤 대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다. 임 전 회장 생전 2대 주주였던 임종윤 대표의 지분은 3.65%였다. 이후 임 전 회장의 상속 지분으로 7.88%까지 올랐으나 송영숙 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장녀 임주현 대표(기존 3.55%)와 차남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기존 3.14%)의 지분이 각각 8.82%, 8.41%까지 확대되면서 그의 장악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송영숙 회장 체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송영숙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송영숙 회장은 회장직에 오르기 전 한미약품 기업사회적책임(CSR) 고문직을 맡으면서 직접적인 경영 참여에는 거리를 두었다.
실제 송영숙 회장 취임 후 경영 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송영숙 회장 체제 아래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은 경상개발비를 대거 축소했다. 송 회장 취임 후 한 해 실적이 전부 반영된 지난해 한미약품의 경상개발비는 연결기준 1460억 원으로 전년 2123억 원에 견줘 3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2019년 1942억 원, 2018년 1659억 원, 2017년 1512억 원) 중 가장 적은 액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R&D(연구개발) 비용을 대거 축소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경상개발비가 급감한 영향으로 수익이 개선됐다. 이 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54억 원으로 전년 489억 원 대비 764억 원 증가했다.
송영숙 회장의 그룹 경영 과정에서 승계구도가 확실하지 않은 점도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승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은 언제든지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송 회장의 단독 경영 체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언론 등을 통해 밝힌 내용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5일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회장의 단독대표 취임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사외이사보다 사내이사가 더 많은 부분을 해소해 선진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제를 갖추면서도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해 책임경영도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전한 바 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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