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는 NFT 사회적 합의와 자정작용 필요…트래블룰 도입, 해외 상황 보고 결정을”
이현우 크로스앵글(쟁글) 공동대표의 말이다. 이현우 대표는 쟁글에서 최고기술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이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쟁글은 가상자산 공시뿐 아니라 블록체인, 가상자산 기술을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설명하는 일도 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는 대선에서도 주목할 만큼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SK 등 대기업도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가격은 횡보 중이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 개발자이기도 한 이현우 대표에게 최근 가상자산 업계의 뜨거운 이슈들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블록체인 업계에 어떻게 진입하게 됐나.
“2017년, 2018년 블록체인이 각광을 받았을 때 개발자로서 가상자산이 새로운 인프라가 될 가능성을 봤다. 투자자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봤다. 과거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거대 IT 기업들만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활용했는데,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탈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에 누구나 접근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체적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횡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전반적으로 소강상태로 보인다. 2021년 가상자산 시장이 폭등하면서 매우 큰 규모의 투자들이 이뤄졌다. 투자가 이뤄지고 개발자가 편성되면 제품 개발까지 약 1~2년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횡보를 휴지기로 본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시장이 뜨거워지기만 하거나 하락만 지속되면 프로젝트들이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개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시기가 각각의 프로젝트에는 차분하게 내실에 집중하며 역량을 다질 시간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가상자산 업계와 시장 가격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나.
“아예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7~2018년도 가격 상승기에 투자 받아서 DE-FI(탈중앙화 금융), NFT(대체불가토큰) 같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보통 투자가 이뤄지고,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에 의해서 인프라와 시장 흐름이 생긴다. 먼저 개발자가 움직이고 시장가격이 움직이는 느낌이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가 ‘돈을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에 주목하고 있다. 유명 게임회사들이 P2E 게임 개발을 발표하고 NFT 회사들도 P2E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P2E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사실상 첫 스타트를 끊으며, 대부분의 메이저 게임 회사들이 내부적으로 P2E 게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는 걸 일종의 기여로 본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탈중앙화하여 운영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할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P2E 코인인 엑시인피니티(엑시)나 위믹스 가격이 고점 대비 폭락한 것은 사실이다.
“엑시는 가상자산 게임 영역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했던 프로젝트고 위믹스는 국내에서 첫 발을 뗀 P2E 게임 프로젝트였다. 아무래도 투자자의 기대 심리가 현실보다 앞서나가며 벌어진 현상이라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하락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위믹스는 ‘2022년에 100개 게임을 온보딩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이저 게임회사들이 위믹스 생태계에 참여하진 않을 것 같다. 그들은 각자만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중소 게임회사들은 위믹스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생태계에 얼마나 투자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 같다.”
―국내에서는 P2E 게임이 정책적으로 막혀 있어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전 세계를 통틀어 국내에서만 P2E 게임이 막혀 있다. 오해가 있는 게 P2E가 도박을 하는 게 아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뿐이다. 과거 수익을 게임사가 독점하던 방식에서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도 일부 나눠 받는 형태로 변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P2E에 대한 오해로 시작된 문제라고 생각하며, 막아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 오해가 풀리면서 점점 P2E 정책도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NFT가 뜨거워지는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민팅(NFT를 생성하는 일) 일정이 계속되고 있다. NFT 커뮤니티를 꾸려가겠다는 생각보다는, 돈을 노린 NFT 민팅이 많아진다는 우려도 있다.
“NFT는 새로운 자산 영역으로서 누구나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NFT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사회적 합의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과거 2017년 코인 ICO(가상화폐공개) 열풍 때 검증되지 않은 누구나 ICO를 진행하다 결국 시장이 성숙되면서 퇴출됐던 것처럼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NFT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NFT 시장이 커지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NFT를 실제로 갖고 있는 홀더에게 인플루언서처럼 인증마크를 주는 기능이 언젠가 출시될 것이다. NFT와 연계된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가치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개별 NFT가 가치 있는지에 대해서는 NFT 소유자나 투자자가 보다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뒤 NFT 시장이 시행착오를 거쳐 현 시점에서 NFT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지금 출시된 NFT는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가상자산을 이동할 수 있는 거래소가 제한되고 이동기록이 모두 기록되는 '트래블룰'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적용됐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가치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당국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 가상자산을 세계시장과 비교해 보면 알트코인 등 비주류 코인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비주류 코인에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높고 개인투자자가 피해볼 여지도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트래블룰은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명분 등 규제당국이 서둘러 도입하는 이유는 알겠다. 다만 아직까지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인 만큼 한국 시장이 ‘갈라파고스’처럼 글로벌 트렌드와 괴리를 보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일단 막았다고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일단 인증된 해외 거래소에 보낸 뒤 개인지갑으로 보내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수수료만 더 늘어나는 셈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메타마스크 등 가상화폐 개인지갑 출금이 막히는 것은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나.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라면 탈중앙화된 인프라에서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장려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만약 P2E 게임이라고 한다면 유저는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서 개인지갑으로 보내 게임에 쓰거나 반대로 게임에서 개인지갑으로 보내는 게 자유로워야 한다. 트래블룰에 의해 개인지갑으로 보내는 한 축이 무너진다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지장이 갈 수도 있다. 현재의 트래블룰에 따르면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은 메인넷 코인은 유저 지갑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당분간은 트래블룰 도입을 유예하고 해외의 트래블룰 도입 상황을 지켜보는 등 조금 시간을 두고 도입하는 게 어떨까 한다.”
―개인이 투자할 때 중요하게 봐야 하는 지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 주식시장 개인 투자자를 보면 논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 관련 유튜브 채널만 봐도 기존의 업계 관계자들만 관심 가졌던 매크로 경제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영상이 수십 만 조회수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영역을 개인 투자자들이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투자 시장이 많이 성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상자산 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흐름의 미래가 올 것이라 본다. 개인들이 어떠한 프로젝트가 전체 가상자산 생태계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지, 각 프로젝트가 기술적인 로드맵을 지키고 있는지, 유저들의 생태계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 투자할 수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쟁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배경 또한 다소 어려운 다양한 가상자산 기술을 투자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시장의 선순환을 만들고자 함이다.”
―쟁글이 토큰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로서는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 향후 산업이 토큰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가상자산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확신이 있을 때 할 수 있지 않을까?”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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