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월 법률 공포’ 속도전…국힘 ‘필리버스터’ 민주 ‘살라미전술’ 맞대응 속 정의당 선택 주목
민주당은 4월 12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검수완박’을 담은 검찰개혁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다만 법 시행 시기는 3개월 유예하고, 검찰에서 분리한 6대 범죄를 비롯한 수사권을 ‘한국형 FBI’ 형태의 국가수사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20여 명의 질의와 토론을 거쳐 원내대표의 당론 추진 요청에 의원들이 동의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추인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4월 15일 검찰의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내용과, 그 법 시행을 3개월 유예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후, 5월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서명·날인해 법률로 공포를 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단독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검찰개혁 입법을 완료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 성향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 발언이나, 인수위 행보, ‘자신의 오른팔’인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인선 등을 보면 윤 당선인은 검찰권을 더욱 강화하는 검찰공화국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면 검수완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자명하다”며 “검찰 기능을 정상화로 돌리려면 이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와 국민의힘에서는 ‘검수완박’에 대해 졸속 강행 처리를 하려 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4월 13일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 출범 전에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해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것이자, 대선으로 확인된 민의에 불복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선에서 패배하자 검찰이 (윤석열) 정권 뜻대로 움직일까봐 겁이 나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국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을 한 달 만에 졸속 처리한 예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결국 민주당이 ‘우리만 살면 된다’고 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입법 저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별다른 저지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발의한 법안을 조만간 상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해 법안 처리 지연에 나설 수 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제1교섭단체와 야당이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심의하는 소위원회다. 여야 3명씩 참여해 4명 이상의 찬성 시 안건이 통과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사전에 마련해뒀다. 4월 7일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 위원을 사임하고,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보임한 것. 법사위 구성이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6명일 땐 안건조정위원회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각각 3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으로 양 의원이 참여하면서 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힘 인원은 4 대 2가 됐다.
이에 ‘검수완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밖에 대응수단이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앞서 라디오에서 “현행법상 최고의 무기는 필리버스터”라며 “국민을 상대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 부작용, 민주당의 의도를 설명해 국민이 법안을 저지할 수 있게끔 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맞설 방안을 고심 중이다. 먼저 국회 회기를 짧게 나눠 처리하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이 있다. 국회법상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후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 가장 먼저 자동 상정된다. 따라서 4월 임시국회 회기를 30일이 아닌 며칠 단위로 단축하고, 추가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각각 처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민주당이 정의당을 설득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려면 국회의원 300명 중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으로,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6명의 지원을 받아도 2석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정의당의 동의를 받는다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킬 수 있다.
현재 정의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유보해달라고 공개요구한 상황이다.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현재의 강대강 진영대결은 검찰개혁을 왜곡하고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는 진행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양당은 캐스팅보트를 쥔 정의당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국회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정의당에서도 이러한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의 마지막 폭주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정의당도 윤석열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검찰공화국을 연상시키는 만큼 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 역시 인수위의 행보를 보며 향후 검찰공화국이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면 정의당도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문재인 대통령 선택이 남았다. 민주당 계획대로 법안을 공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낼 수도 있기 때문. 청와대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처리 속행에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과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설치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검찰개혁이 완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현 검수완박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뜻과도 맞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비판의 화살이 문 대통령에게 갈 수 있다. 따라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는 앞으로 꾸준히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한 바가 있다”며 “문 대통령이 현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건 고민 중이라서가 아니라, 아직 국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법안이 처리돼 청와대로 넘어오면 행동으로 입장을 밝힐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청와대가 여당과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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