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자 박사 논문의 실험 그대로 옮겨 놔, 정 씨의 연구 기여도 알 수 없어…정호영 “자료 검색 번역 편집 공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정 씨가 제3저자로 참여해 2016년 8월 대한전자공학회에 투고한 ‘사물 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 논문은 기존에 있던 연구 일부를 번역해 요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역 대상이 된 논문은 또 다른 공동저자 A 씨의 2014년 박사논문인 ‘CoAP-based Mobility Management for Internet of Things’로 별다른 인용이나 참고자료 출처 표기 없이 쓰인 데다, 정 씨가 사업에 참여하기 전 이미 국제 저널에 발표된 내용이라 논문 작성에서 정 씨의 기여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끼워넣기’ 특혜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14년 12월 박사논문을 낸 A 씨는 2015년 1월 동일한 주제로 ‘Mobile CoAP for IoT Mobility Management’라는 제목의 논문을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이어 그 해 7월에는 스위스 온라인 학술지 출판연구소인 MPDI에도 박사논문과 동일한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학부생이던 정 씨가 A 씨가 속한 연구실 사업에 참여한 시점은 2015년 10월로 알려졌다. 이후 정 씨는 A 씨와 함께 2016년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정리하면 최소 세 번 이상 논문으로 발간된 연구에 학부생이었던 정 씨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일요신문이 정 씨가 참여한 2016년 논문과 2년 전 A 씨의 학위논문 및 IEEE 게재 논문을 입수해 비교해본 결과, 본문 곳곳에서 동일한 문장과 문단이 발견됐다. 정 씨가 참여한 논문에 나오는 문장들은 당초 영어로 작성된 A 씨의 논문 일부를 번역해 그대로 옮기거나 요약한 수준이었는데 출처나 인용 표기가 되지 않았다.
예컨대 서론에서 연구 주제를 밝히며 쓴 ‘본 논문에서는 앞에서 기술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해 IoT 환경을 한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메커니즘으로 IETF CoAP 기반의 CoAP-based Mobility Management Protocol (CoMP)을 제시한다’는 문장은 A 씨 박사논문 ‘연구동기’의 마지막 문단을 전후를 번역해 요약한 것으로 보였다.
결론의 첫 번째 문장 ‘본 논문에서는 IoT 환경에서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메커니즘을 위한 CoMP로 프로토콜을 설계하였다’와 마지막 문장 ‘CoMP의 핸드오버 지연에 대한 수학적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성능 평가 결과는 CoMP가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를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A 씨의 박사 논문 ‘결론’ 문단의 앞뒤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전자공학회지 게재 논문에 사용된 그래프와 그림 3개 모두 A 씨 논문에 나온 것과 똑같거나 조금 변형됐을 뿐이었다. 그림 3개 가운데 2개는 논문 속 실험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었는데, 두 논문의 실험 결과 수치나 그래프가 완전히 똑같거나 거의 같았다.
문장과 그림만 동일한 것이 아니라 두 논문의 주제와 내용, 목차마저 유사했다. 논문의 주제와 구성은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메커니즘으로 새로운 관리 구조인 CoMP를 제안한다는 점 △이를 증명하기 위해 CoMP와 기존 프로토콜의 성능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점 △실험 과정과 결과 등으로 그 흐름이 비슷했다.
다수의 연구자가 학위 과정에 작성한 논문을 발전시켜 학술지에 발표하곤 한다는 점에서 A 씨가 자신의 선행논문 일부를 대한전자공학회에 투고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존 연구에 대한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중복게재나 자기 표절에 해당할 수 있다.
중복게재·출간의 제한을 다룬 서울대학교 연구윤리 지침 제9조에 따르면 “연구자는 이미 게재·출간된 자신의 논문이나 저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확한 출처표시 및 인용표시 없이 동일 언어 또는 다른 언어로 중복하여 게재·출간하여서는 안 된다. 연구 데이터나 문장이 일부 다르더라도 전체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구윤리정보센터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에서도 “학위논문을 학술지로 발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후속 학술지 논문에 선행 연구결과물인 학위 논문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A 씨는 2017년 1월 기존 논문에서 심화된 내용의 연구 논문을 한 편 더 발표하는데 이때는 2015년 논문만 참고했음을 밝혔다.
정 씨의 저자 등재 경위에 대해서는 의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동성 관리 구조’ 연구를 진행해왔다. 본지가 확인한 논문 가운데 CoAP가 제목에 들어간 것만 2015년 3편, 2016년 1편, 2017년 2편이다. 대부분 A 씨가 제1저자였으며 교신저자는 경북대 전자공학과 박 아무개 교수였다.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구성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2016년에만 한 차례 정 씨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박 교수가 게재한 35건의 논문 가운데 학부생이 공동저자로 등재된 사례는 정 씨가 유일했다.
한편, 정 씨는 2017년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위 논문을 연구활동 실적 자료로 제출했다. 제출 서류에는 “선배들이 놀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며 “당당히 연구에 참여해 연구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4월 19일 박 교수와 A 씨에게 서면을 통해 ‘몇 년 동안 진행된 연구에 정 씨가 일회성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 ‘연구 과정에서 정 씨의 역할’ ‘2016년 논문의 새로운 점’ ‘논문의 인용 및 출처표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논문 특혜 의혹에 대해 “아들이 논문 작성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도교수와 진로상담을 하던 중 U-헬스케어 분야에 평소 관심이 많아 논문 작성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 것”이라며 “이에 교수가 전공 소양과 외국어 실력 등을 판단해 논문 작성에 참여시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논문 작성을 위해 주로 필요한 자료의 검색과 외국자료 번역과 편집을 담당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3, 제4 공저자로 등재됐다”며 “공과대학에서는 학부생이 논문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런 사례가 유일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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