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안팎 방송료 부담이지만 자금난 극복할 기회…예약확정까지 가는 경우 적고 ‘여행의 질’ 우려도
#여행사들 앞다퉈 홈쇼핑 판매
격리 면제 발표 이틀 뒤 바로 홈쇼핑에 나선 교원KRT는 필리핀 골프 상품으로 1시간 만에 5000콜을 받았다고 밝혔고, 며칠 뒤인 3월 17일에는 하와이 패키지여행으로 1200콜을 받아 판매금액 9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인터파크투어는 유럽 패키지로 5700콜, 판매금액 18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노랑풍선은 싱가포르 상품 판매를 시작으로 ‘대한항공 터키 직항 단독 전세기 상품’을 3회 방송하며 2300콜을 받아 46억 원의 판매금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참좋은여행은 스위스·동유럽·북유럽 프리미엄 일주 상품을 홈쇼핑에 내놨고 200억 원가량의 판매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첫 홈쇼핑 방송에 탄력을 받은 참좋은여행은 이후 지속적으로 홈쇼핑 방송을 진행했고, 여기에서 나온 콜 수를 바탕으로 하루 700명 이상의 실예약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관광개발도 홈쇼핑에 노팁·노옵션·노쇼핑의 프리미엄 북유럽 패키지를 선보였고, 모두투어는 두바이·터키 상품과 스페인 일주 상품 방송에서 8800콜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도 최근 홈쇼핑에서 스페인 상품을 판매해 방송 중 1400여 건의 실제 예약을 받았다고 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홈쇼핑의 경우 1시간 방송 동안 폭발적인 예약이 이루어져 여행지 별 프로모션 시 효과가 높은 편”이라며 “홈쇼핑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며 예약 증대를 위해 꾸준히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소비자 층이 주류였던 인터파크투어는 “장년 층 분포가 높은 홈쇼핑이 젊은 층 위주인 당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홈쇼핑은 고비용 채널인 만큼 항공좌석 확보와 여행심리 회복 수준을 고려해 계획하고 있다”며 “타 여행사 방송사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대형 여행사가 앞 다퉈 홈쇼핑 방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며 이들 여행사들은 향후에도 꾸준히 홈쇼핑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홈쇼핑은 세대를 넘어 접근성이 좋고 때로는 TV광고보다 홍보 효과가 탁월하다”며 “홈쇼핑 여행 상품은 소비자 주목도가 높고 홈쇼핑 채널에서 먼저 인기를 끌면 고객이 자체 홈페이지로 옮겨와 홈페이지 활용을 높여 고객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홈쇼핑이 방송료는 높지만 단기간에 모객을 끌어올리기에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을 찾기 어렵다”며 “홈쇼핑에서 콜 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데이터 확보도 홈쇼핑 방송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판매 금액에 거품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사들에 대한 홈쇼핑의 유혹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높은 방송료로 단기간에 고객을 선점할 수 있는 데다 여행사가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자금난에 허덕일 경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돌려 숨통을 트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 중 예약된 콜 수와 예약건수로 인해 발생한 여행사의 매출은 온전한 매출이라고 보기 어려운 ‘가매출’이다. 업계에서는 홈쇼핑을 통해 들어온 예약을 주문금액 혹은 판매금액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출발을 확정한 상태가 아니며 방송 이후 해피콜을 통해 실제 예약으로 확정되어야 매출로 이어진다. 예약문의가 실제 예약확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10~30% 정도다.
또 예약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2주일 전까지는 통상 예약을 취소하면 고객이 예약금을 환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홈쇼핑의 예약 콜 수가 곧 실제 여행 콜 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여행사의 홈쇼핑 판매 금액에 상당한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높은 방송료는 부담
게다가 높은 방송료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거나 여행 상품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홈쇼핑을 진행하지 않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주말 저녁 홈쇼핑 방송료는 많게는 1억 원 정도로, 실제로 여행사가 1억 원의 수익을 가져가려면 보통 여행사 마진율을 10%라고 가정했을 때 200만 원 상당의 상품을 500건 이상 팔아야 한다”며 “홈쇼핑 콜 수가 예약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20~30%라고 잡고 한 콜의 예약을 평균 2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1000콜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 마진을 남기기 위해선 상품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맞춤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 상품이 코로나 이전과 달리 박리다매로 가격 경쟁만 추구하지 않고 고품격으로 간다면 홈쇼핑은 좋은 판매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상품 자체가 코로나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는 소비자는 더 큰 실망을 느끼게 될 확률이 높다”며 “패키지 상품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객 선점에만 기준을 두다 보면 여행 후 소비자의 불만도 커져 브랜드 이미지 실추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1억 원가량의 홈쇼핑 방송료가 부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TV 광고나 각종 마케팅비, 판매를 위한 영업비로 대체될 수 있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며 “최근 격리해제 이후 진행되고 있는 홈쇼핑 방송을 보면 저가상품만 있는 것도 아니며 안전과 여유 있는 스케줄을 고려한 프리미엄급 상품도 자주 나온다”고 반박했다.
현지 여행사나 현지 인프라의 회복이 아직 덜 된 상태에서 유럽과 일부 동남아시아로 몰리는 예약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지 여행사와 인프라는 한정적인데 여러 여행사의 예약이 몇몇 곳으로 집중될 경우 현지 가격이 인상되거나 유명 관광지 입장이 몰릴 수 있고, 이미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여행상품의 질을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다.
현재 홈쇼핑을 진행하고 있는 한 여행사는 “최근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해외여행객이 부쩍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아직 항공 공급 자체가 많이 부족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 수요도 절대적인 숫자가 많지 않다”며 “홈쇼핑으로 들어오는 예약이 많아 보여도 코로나19 이전의 전체 예약과 비교하면 아직 턱 없이 적은 수치”라고 말했다. 또 “지금 들어오는 예약 날짜도 6개월 정도 퍼져 있어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여행사들의 예약 성사 건수에 비해 아직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여행객은 드문 상황이다. 패키지 상품 출발 날짜가 5월부터 본격 시작된다는 점에서 여행을 다녀온 소비자들의 피드백과 입소문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여행업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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