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에 ‘턱’ 인수할까? 말까?
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향후 전망을 쏟아냈다. 증권가에서는 외환은행 매각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하나금융의 인수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련 노조, 정치권 등에서는 인수 무산 쪽에 무게를 두었다.
무엇보다 인수 문제에 대한 열쇠를 금융당국과 론스타가 쥐고 있어 직접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 김승유 회장과 하나금융으로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관한 한 뭘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죄 판결에 따라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듯하다. 은행법상 금융관련법을 어기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론스타가 상고하는 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미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사건이기에 상고한다 해도 판결이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한 후 10%를 초과하는 보유 지분에 대해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은 51%이므로 강제매각 명령이 떨어지면 41% 이상 매각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하나금융과 이미 매매 계약을 한 상태여서 하나금융이 오히려 당초 계약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 금융당국이 ‘징벌적 강제 매각’이 아닌 ‘조건 없는 강제 매각’을 명령할 경우다.
‘조건 없는 강제 매각’일 경우에는 론스타가 보유 지분을 계약자인 하나금융에 팔 수 있지만 ‘징벌적 강제 매각 명령’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지분을 시장에 공개 매각해야 한다. 공개 매각한다면 하나금융의 인수는 물 건너가는 셈이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계약 자체가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징벌적 강제 매각 명령’은 금융당국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다.
물론 일반적인 강제 매각 명령일 경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이 김승유 회장으로서는 껄끄러운 부분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와 금융노조, 정치권이 일제히 ‘징벌적 강제 매각’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죄 판결이 난 이상 론스타의 ‘먹튀’와 국부 유출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데다 그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주어서는 안 된다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맺은 주당 1만 3390원에 지분을 인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외환은행 종가는 7750원. 만약 현 시세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얹어준다면 하나금융과 김승유 회장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피할 수 없다. 인수 가격을 재조정하겠다고 나선다 하더라도 론스타가 과연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해 줄지 의문이다.
잠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한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인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는 김승유 회장이 우리금융을 포기하고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까닭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 발표는 시장에 큰 놀라움을 던져주었다. 하나금융이 돌아서면서 우리금융 매각 일정과 민영화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우리 스스로 우리금융을 직접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하나금융과 김승유 회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다. 충청·보람·서울은행을 인수하고 대한투자증권 인수에도 성공하며 금융권 M&A(인수·합병)의 귀재로 평가받던 김승유 회장의 화려한 이력에도 흠집이 난다. 올 초 김승유 회장의 연임 결정엔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라는 뜻도 있었다. 하나금융 측은 “인수가 무산된다면 아무래도 중장기 발전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일이 이쯤 되면 김승유 회장 개인으로서는 지난해 우리금융 인수에 ‘올인’하는 편이 더 나았을지 모른다. 물론 이제 와 후회해 봐도 소용없는 일. 김 회장이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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