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시민이 잠실동 한 부동산 앞에서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의 설명이다. 요즘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주택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쉽게 주택을 팔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시장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전세난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최근 시중은행 PB센터엔 달라진 환경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세금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절세전략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결정된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세금 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의 부활과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양도소득세 중과(일반 양도소득세율인 6~35%보다 높은 50~60% 세율 적용) 유예, 그리고 임대 주택 사업자에 대한 획기적인 세제 지원 확대 정책이다.
이중 양도세 중과 유예는 이미 결정돼 시행되고 있고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은 10월 국무회의에서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된다.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참여정부 때 폐지됐다가 6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주택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하는 제도로 매년 3%씩 최대 30%까지 공제한다. 양도차익이 크고 보유 기간이 길수록 절세 효과가 크다. 최근 10년간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권이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 전략은 어느 때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느 시점에 파느냐에 따라 세금 부담이 수천만 원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단 세법개정안 통과 움직임을 보면서 대응해야 한다. 관련법이 통과하면 주택 처분은 가급적 내년으로 미루는 게 좋다.
서울에 세 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송 아무개 씨가 10년 전 3억 5000만 원에 산 강남구 대치동 S 아파트 106㎡형을 현재 시세인 10억 원에 처분한다고 하자. 언제 파느냐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진다. 올해 팔면 2억 3290만 원이나 세금을 내야 한다. 양도차익이 6억 5000만 원인데 양도세 중과 유예에 따라 일반세율(35%)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년에 팔면 세금 부담이 1억 5780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고 일반세율까지 적용해서다. 2013년에 이 주택을 판다면 세금은 다시 2억 987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양도세 중과제도가 다시 부활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계획만 놓고 따지면 내년이 주택 매도의 최적기가 될 전망이다.
김문기 회계사는 “내년은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라며 “양도차익이 크고 보유 기간이 긴 강남권 주택일수록 혜택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 더 기억할 점이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대상은 내년까지 파는 주택뿐 아니라 구입하는 주택도 해당한다. 내년까지 주택을 구입해서 다주택자가 된다면 해당 주택은 언제 팔아도 다주택자에 부과하는 양도세 중과 부담 없이 기본 세율을 적용받아 처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달라진 임대주택사업 여건을 활용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늘릴 수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주택자가 한 채라도 전세를 놓고 임대사업 신고를 하면 거주하는 주택에 한해 1가구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주택 세 채를 가진 사람이 두 채를 임대사업으로 신고하면 1채에 대해선 1가구1주택자와 마찬가지 세율로 양도세를 낸다는 이야기다.
서울 강남권에 A(13년 전 3억 원에 사 현 시세 12억 원), B(7년 전 4억 원에 사 현재 7억 원), C(5년 전 3억 원에 사 현재 5억 원) 아파트를 가진 김 아무개 씨가 이를 모두 처분한다고 하자.
김 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이 아파트를 처분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양도차익이 가장 많이 나는 주택부터 파는 것이다. 양도차익이 적은 순으로 올해 C 아파트, 내년 B 아파트, 2013년 A 아파트를 처분하면 세금 부담이 가장 적다. 1년에 두 채 이상을 팔 경우 누진율이 적용돼 세금이 높아지므로 한 채씩 파는 게 정석이다.
이렇게 적용하면 올해 C 아파트를 팔 때 5960만여 원, 내년 B 아파트를 팔면서 7040만여 원, 2013년 A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580만여 원을 각각 내야 해 세 채를 모두 파는 데 1억 3580만여 원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 주택임대사업용으로 B 아파트와 C 아파트를 신고한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양도차익이 가장 많아 세금부담이 컸던 A 아파트를 올해 당장 처분해도 세금을 580만여 원만 내면 된다. 1가구1주택자 기준으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으로 사용하는 B와 C 아파트는 5년 이상 처분할 수 없다. 5년 이상 임대를 해야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과정으로 2016년 B 아파트를, 2017년 C 아파트를 각각 처분한다고 하면 세 주택을 모두 처분하는 데 최종 내는 세금은 1억 580만여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같은 아파트 세 채라도 주택임대사업으로 처분할 때가 3000만 원 이상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한 채도 임대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는 이론상으론 모든 주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5년이 지난 후 임대주택 중 한 채를 거주용으로 변경해서 2년 거주하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팔면 된다.
이 방법은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 고려할 만하다. 5년 후 시세가 상승해 양도차익이 늘어나면 세금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때 2년 살고 팔면 직전 주택을 팔고 의무임대기간과 거주기간을 합한 기간 동안 집값 상승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는 “임대사업을 활용한 절세법의 약점은 의무임대기간 동안 매매를 못하는 데 따른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