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보선에선 어느 때보다도 SNS 선거전이 뜨거웠다. 내년 총선·대선에서도 SNS가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10·26 재보선을 기점으로 정치권에 피 튀기는 SNS 장악 전쟁이 시작됐다. 막판까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야권단일 박원순 후보 간 지지율이 초박빙의 혼조세를 보인 가운데 여론형성의 한 축을 형성해온 SNS가 각종 선거의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SNS는 개인 간 교류의 장을 넘어 정치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10·26 재보선 과정에서 “권력향배는 SNS에 달렸다”는 것을 의식한 양 진영은 전담팀까지 꾸려 사활을 건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양측은 트위터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비방과 흑색선전, 루머뿐 아니라 알바동원 및 가짜계정, 검색순위 조작 의혹 등으로 적잖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주목할 점은 정치권의 SNS 전쟁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는 SNS가 철옹성 같은 장외언론을 형성, 정국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대선주자들은 테러를 방불케 하는 무차별 흑색선전에 노출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급기야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검찰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당국이 SNS를 통한 불법선거운동을 엄중 단속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서울시장 재보선의 또 다른 볼거리 ‘SNS 대전’을 집중 점검해보았다.
10·26 재보선 선거는 ‘트위터 대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SNS의 위력이 빛을 발했다. 두 후보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필드를 누비는 동안 양측 지지자들은 SNS에서 치열한 대리전을 벌였다.
SNS 상에서는 박원순 후보의 선전이 돋보였다.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박 후보 측은 애초 3명이던 뉴미디어팀을 20명으로 늘리는 등 일찌감치 SNS를 주력수단으로 사용했다. 박 후보 측은 캠프상황과 당일 일정은 물론 기자회견과 집회공고, 번개공지까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등 SNS를 활용한 시민과의 스킨십에 주력했다.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조직과 유세, 정책 등 선거활동의 많은 부분 중 SNS 활용이 5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할 정도로 SNS 활용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이지 않는 의혹들로 인해 궁지에 몰렸을 때도 지지자들은 SNS를 통해 ‘박원순 구하기’에 뛰어들었고 허위학력 의혹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을 때 박 후보는 대학로 ‘급벙’을 쳐 지지자들과의 결집을 다지기도 했다.
이에 비해 SNS 상에서 나경원 후보 진영의 활약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야권의 SNS 선거전략에 쓴맛을 봤던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10여 명으로 구성된 뉴미디어팀을 만들어 반격에 나섰지만 SNS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박 후보 측의 공세를 막아내기는 무리였다. 10월 16일 기준 4만 6678명의 팔로어를 갖고 있는 나 후보는 13만 8953명의 팔로어를 갖고 있는 박 후보에 비해 수적으로도 밀렸다. 위기를 느낀 나 후보 측에서 좀 더 강력한 SNS 대책수립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알바 논쟁’과 ‘가짜 트위터 계정 사건’에 휘말리며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사실 이번 10·26 보선 과정에서 보여준 양 후보 간 SNS 전쟁은 대선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여당은 온라인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당은 이미 2008년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 결집한 이들이 주도한 촛불시위에 크게 데인 적이 있다. 인터넷 상에서 뛰쳐나온 이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외치는 ‘이명박 OUT’이라는 구호 앞에서 여당은 속수무책이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포털사이트의 퇴조와 함께 등장한 SNS는 진보성향의 젊은 층이 대거 포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실상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현 여권에 더욱 위협적이다. 특히 여당 의원 대부분은 SNS에 대한 기본적 개념조차 없이 무작정 팔로어 늘리기에만 매달리는 등 문제가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10·26 보선에서 나타난 SNS 전쟁이 내년에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선의 최대 전장이 SNS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발로만 뛰는 선거운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전통 지지층들을 상대하며 필드에서 승부를 노렸던 여당으로서는 유권자들을 폭넓게 포섭하기 위해 SNS 공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비방 및 루머, 치명적인 폭로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SNS TF팀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SNS에 대한 노하우가 고수급인 야권을 상대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 여당에서는 그런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 이번 보선 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작가 공지영, 이외수 씨 등이 활발한 트위터 활동을 통해 박 후보에 게 큰 힘을 실어줬듯이 여당에서는 젊은 층과 부동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회 저명인사들의 SNS 활동을 독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여야 관계자들 모두 “대리전을 치를 수 있는 ‘트위터리안 전사’ 양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SNS가 ‘정치의 장’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제기되는 심각한 문제는 선거가 본질을 망각한 채 네거티브전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 10일까지 선관위가 적발한 트위터 게시글은 45건이었으며 10·26 재·보선과 관련해서도 여러 건의 게시글이 적발되는 등 SNS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이나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는 이미 위험수준을 넘었다.
실제로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도 각 트위터에는 입에 담기 민망한 저질 멘트들이 넘쳐났다. 또 “○○○ 후보 1등”이라고 올리고 ID를 도용해 검색 순위 조작하는 수법, 특정 후보와 비슷한 계정을 만든 뒤 트위터에 허위 글을 올리거나 틀린 비밀번호를 계속 입력해 상대후보 지지자의 트위터 계정을 파괴하는 등 ‘비열한’ 방법들이 동원됐다.
문제는 내년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총선·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SNS상에서 상대의 약점이나 허위사실을 퍼뜨려 피를 보고 마는 막장승부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알바’ 고용으로 진실을 매도하고 상대 계정을 사칭하거나 폭파하는 등 SNS 내에서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불법행위가 이뤄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수사기관과 정부가 SNS를 통한 불법선거 운동에 대한 엄중한 단속의지를 천명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젊은 세대에 성큼
유권자들과의 직접 스킨십에 강한 박 전 대표는 아직까지는 네임밸류에 비해 트위터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6월 트위터를 시작한 박 전 대표의 최근 팔로어 숫자는 12만 4000여 명에 이르지만 활동을 자주 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들어 박 전 대표는 본인이 직접 친절한 답글을 남기는 등 이전과 다른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10일 박 전 대표는 5촌 조카들 간 불미스러운 사건과 관련, 한 트위터리안이 남긴 글에 답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근혜님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우실 것 같다. 힘내세요”라는 글에 “감사합니다. 힘이 되네요”라고 남긴 것. 또 한 트위터리안의 강의 요청글에 대해서는 “초청 감사합니다. 하지만, 9.19~10.8까지는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하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랍니다”라고 답장을 하는 등 SNS 활용에도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젊은이들과의 소통 움직임이다. 지난 8월 말 인사동 깜짝 방문 당시 만났던 젊은이들이 트위터에 남긴 글에도 박 전 대표는 “짧은 순간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반가웠어요...^^” “직찍 선물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라는 등 젊은이들의 ‘언어’로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