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세종시 건설현장.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현직 고위 관료만 살펴봐도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관급인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모두 재정부 1차관을 지낸 인물들이다. 이용걸 국방부 차관과 차관급인 노대래 방위사업청장도 정통 재정부 관료다. 1급 요직들도 재정부 출신들이다. 김낙회 조세심판원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주형환 녹색성장위원회 기획단장, 변상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추진단장, 소기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윤여권 미래기획위원회 추진단장, 권오봉 방위사업차장 등도 모두 재정부 출신이다.
이런 재정부가 세종시로 옮겨가면 예전과 같은 위상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과장은 “우리나라에 국가원수 등이 공식방문하거나 국제회의 등이 열리면 외국에서 재무부 관료나 경제 관련 학자, 해외 석학, 업체 대표 등이 한국을 방문한다. 그때 이들이 재정부를 방문하거나 재정부 공무원들이 나가서 이들을 만난다. 그러면 세계 경제의 흐름이랄지, 외부에서 보는 한국 경제를 알 수 있고 정책에 반영하게 된다”면서 “재정부가 계획대로 내년 말에 세종시로 이전하게 될 경우 이런 외국 거물들과의 접촉이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종시로 내려가면 매일 재정부 식구들끼리만 모여 이야기를 나눌게 될 텐데 그러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당장 재정부의 인기가 하락하게 될 것이다. 행시 성적을 고려해 부처를 배치하기 때문에 재정부에 오는 인재가 과거만 못할 수 있다”면서 “재정부 위상이 지금만도 못해질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부 등 세종시 이전 1단계 대상 부처들을 내년 대선 전까지 내려 보내기로 못 박으면서 재정부 내부의 동요는 더욱 커졌다.
이러한 우려는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로 옮겨가기 전에 재정부에서 벗어나려는 사무관들의 움직임이 적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여성 사무관 3명이 서울에 남는 금융위원회로 옮겨간 데 이어 올해 새로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7명의 사무관이 대거 빠져나갔다. 반면 재정부로 옮겨온 사무관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매년 5∼6명의 사무관이 재정부로 오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수습사무관 배치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행시 1∼10위 가운데 수석이 재정부를 택한 것을 비롯해 5명이 재정부로 왔다. 나머지 5명 중 4명이 공정거래위원회, 1명이 국세청을 택했다. 이들 부처 모두 경제계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부처다. 그런데 올해는 판도가 바뀌었다. 행시 수석을 비롯해 4명이 금융위원회로 간 것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의 위상을 고려하면 서울에 남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재정부 내부 평가다. 반면 재정부를 택한 이는 3명에 그쳤다. 나머지 3명은 공정위를 선택했다.
이처럼 재정부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올해에는 역대 최다인 수습사무관 28명이 재정부에 배치됐다. 재정부에 배치되는 수습사무관이 매년 20명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재정부로서는 새 식구가 늘어났지만 웃고만 있기 어려운 처지인 셈이다.
김서찬 언론인
“경찰도 거리로…디폴트 시간문제”
“그리스는 대대적인 헤어컷(Haircut, 채무 일부 변제)이나 디폴트(Default, 채무 불이행)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방법 없이 그리스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세계 경제의 화두인 그리스 재정 위기 등을 살펴보기 위해 현지를 다녀온 경제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EU(유럽연합) 정상들이 모여 그리스 부채를 50% 줄이고, 유럽은행 자본 확충과 EFSF(유럽재정안정기금) 규모 확대에 잠정합의하는 등 재정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헤어컷도 원금만이 아닌 원금과 이자 총액에 대한 것이고, 비 그리스 민간은행이 보유한 국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 입장에서 보면 변제비율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리 혜택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또 그리스가 EU와 ECB(유럽중앙은행),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6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긴축재정과 세금인상안을 통과시켰지만 생명연장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도둑’이라는 말입니다. 공무원이나 시민 할 것 없이 긴축재정을 하는 그리스 정부는 물론 구제금융을 대는 EU와 IMF를 가리켜 도둑이라고 부릅니다. 구제금융이라지만 결국 그 돈이 공무원과 시민들의 월급을 빼앗아 나오는 돈이라는 것이죠.”
그는 “경찰마저 1000여 명이나 국회 옆길에서 시위를 하는 등 그리스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면서 “긴축재정과 세금징수를 담당해야 할 재무부나 국세청은 물론 교육부 노동부 관광청 공무원들이 파업을 하면서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다. 의회에서 긴축재정안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이를 실행할 인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신문들도 올해 국가부채를 GDP 대비 145%로 맞추는 것이 목표지만 긴축재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16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한다. 정치권의 분열도 그리스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도 현재 흐름상 그리스 디폴트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헤지펀드 그룹의 회장을 만났는데 ‘그리스는 반드시 디폴트된다. 한국도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 때와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정부는 그리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