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우려 탓 국토부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진에어 노조 “끝없는 고통으로 빠지는 느낌”
한진그룹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한진그룹은 당시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있는 국내 항공 산업의 조속한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마치면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완료되지 못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개 국가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해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중공업그룹은 EU의 반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진그룹은 지난 5월 23일 입장문을 통해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속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 팀 10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해 맞춤형 전략을 안정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며 “머지않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령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대한항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시국에 화물기 운영을 통해 호실적을 내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9조 168억 원, 영업이익 1조 418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매출 12조 6834억 원, 영업이익 2575억 원)에 비해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조 8843억 원, 영업이익 7731억 원을 거두는 등 실적 상승세에 있다.
하지만 진에어는 사정이 다르다. 진에어의 매출은 2019년 9102억 원에서 2021년 2472억 원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88억 원에서 1853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적자폭이 커졌다. 주로 소형기를 운영하는 LCC 특성상 대량 화물 운송도 어렵다.
LCC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추세인 만큼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서는 여객 사업이 회복하면서 FSC의 화물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거의 순수 여객 사업자라고 해도 무방한 LCC가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서 수혜를 온전히 볼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진에어가 최근 몇 년간 신규 운수권을 배분받지 못해 노선 확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2018년 8월 진에어에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진에어가 2010~2016년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현 한진 사장)을 등기이사로 재직시켰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 국토부가 2019~2020년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LCC에게 6~15개의 운수권을 배분할 때도 진에어는 배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부는 2020년 3월 진에어의 제재를 해제했지만 운수권을 배분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운수권 배분 자체가 없었다. 올해 4월 운수권 배분에서도 진에어는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신청했지만 배분받지 못했다. 대신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해당 노선을 배분받았다.
이를 두고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노선을 독점할 우려가 있어 진에어가 노선 배분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피인수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서울과 에어부산도 노선을 배분받지 못했다. 진에어 내부에서는 당장의 실적이 걸려있는 만큼 국토부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결합의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년간 적용될 운수권 배분에서 계열사들만 피해를 보았다”며 “침체되고 위축된 우리 조직이 재도약의 기회를 상실한 채 또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으로 빠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 사회에 차원에서 항의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결합의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수권 배분에서 소외시키는 것은 항공사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기업결합 일정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운수권 배분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경영 정상화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규칙 및 항공교통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진에어가 노선 배분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안 그래도 진에어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데 노선도 배분받지 못하면 전망은 어두워진다. 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장기화되거나 인수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수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얻은 것 없이 진에어의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셈이다.
나민식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경쟁 제한성이 높은 노선에 대해서 독과점 가능성이 낮아질 때까지 독립계 LCC(제주항공·티웨이항공)가 운수권 배분에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제여객 매출의 경우) 회복속도가 빠른 미주노선 회복률이 40%인 반면 LCC 주력 노선인 단거리 노선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느린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진에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힐 만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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