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 4인방. |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팟캐스트에 업로드되는 이 방송은 매회 2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고 있다(딴지일보 추정 청취자수는 약 600만 명). 급기야 정치 분야 세계 1위에도 등극했다. 게스트도 막강하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시골의사 박경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도올 김용옥 교수 등이 스튜디오를 거쳐갔다. 지난 10월 29일부터는 토크 콘서트도 시작했다.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는 꼼수다가 나라를 구했다”고 찬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거티브 선거에 기름을 부었다”고 폄훼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나꼼수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들을 취재했다.
올4월에 시작된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5분 만에 지어낸 이름이다. 이처럼 시작은 즉흥적이었다. 대본 없이 만나자마자 바로 떠들고 편집 없이 올린다는 방침만 세웠다. 광고도 안 받았다. 대신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적극 홍보했고 삽시간에 입소문이 퍼졌다.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한 학생은 “나꼼수에 나오는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지만 듣고 나서 정치에 관해 관심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토크콘서트에 가고 싶었는데 불과 10여 분 만에 매진됐고 암표도 10만 원까지 치솟아 갈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토크콘서트는 10월 29일 서울을 시작으로 현재 2회까지 진행됐다. 첫 공연 반응은 유명 아티스트 공연을 방불케 할 만큼 열광적이었다. 휴식 없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은 서울시장 선거 뒷얘기와 나꼼수가 끼친 긍정적 영향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공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공연이 끝날 무렵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던 에리카 김의 녹취록을 공개했고,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유전자 감식이 필요 없는 눈 찢어진 아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톤 다운 시켜. 또 고발 들어온다”고 경고하자 김 총수는 “주어가 없잖아. 주어가”라고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이는 사실상 현직 대통령의 불륜 및 사생아 의혹을 제기한 발언이었다. 이후 ‘눈 찢어진 아이’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 대표적 좌파논객으로 알려진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나는 꼼수다> 비판글. |
‘눈 찢어진 아이’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자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너저분한 이야기”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나꼼수를 포르노와 비교하면서 “포르노라는 게 원래 노출 수위를 계속 높여야 하는 것”이라며 “제발 경쾌하고 유쾌하게 가라”고 조언했다. 이전에도 그는 곽노현 교육감을 두둔하는 방송을 듣고 “닭들의 부흥회”라는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도 비난대열에 동참했다. 장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꼼수다를 들어봤다. 저질 방송의 극치다. 정치 풍자도 최소한 격은 있어야 한다”는 청취 소감을 남겼다. 특히 그는 “전직 국회의원도 나와 반말을 지껄인다. 수치스럽다”며 정봉주 전 의원을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나꼼수 열풍에 우호적이었던 사람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전 콘서트 장소 섭외를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나꼼수를 즐기면서 동시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좀 걱정이다. 나꼼수의 풍자와 해학, 정치적 의미, 그리고 반대로 그 위험성과 한계를 둘 다 인지하면서 즐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수팬을 자청하던 인물들 중에서도 등을 돌리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이 아무개 씨(여·29)는 나꼼수의 팬이 됐다가 최근 그만둔 케이스다. 그는 “더 이상 나꼼수를 듣지 않기로 했다”면서 “편향성에다 선정성이 뒤섞여 듣기가 괴롭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속 이런 콘텐츠를 유지한다면 통합과 혁신을 통해 ‘쿨한 진보’를 보여주겠다는 애초 목표는 사라지고 좌와 우를 더욱 극명하게 나누는 일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도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 심의에 참석해 “나꼼수는 방송법으로는 심의할 수 없지만 정보통신망법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역시 나꼼수가 이용 중인 팟캐스트 채널이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음란, 명예훼손, 해킹, 사행행위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경우 심의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청취자들은 나꼼수가 던지는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아이를 둔 김미경 씨 역시 트위터를 통해 “나도 나꼼수 없는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그렇지만 먼저 이 땅의 모든 꼼수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평가는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11월 2일에는 ‘풍자의 달인들, 토크쇼로 젊은이들 분노에 물꼬를 트다’라는 제목을 달고 <뉴욕타임스> 국제판 1면에까지 나꼼수가 소개됐다. 그에 앞서 UFC 장내 해설자인 조 로건은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나꼼수를 언급하며 “내가 리서치를 좀 해 봤는데 지금 한국 뉴스는 ‘FOX’처럼 엉망이지만 이 방송은 ‘The Daily Show’ 같은 진짜 뉴스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 <나는 꼼수다> 25회에 출연한 유명인사들. 이날 방송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출처=나는 꼼수다 카페 |
마포의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출발해 2011년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나꼼수가 기성언론의 대안이 될지 아니면 저질 폭로를 일관하는 진창이 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비판을 수렴하고 방향을 다잡는 과정은 필요해 보인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쉬워진 면허시험 가카의 꼼수라고?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그저 황당무계하거나 기상천외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나꼼수에서 제기된 믿기 힘든 주장들을 모아봤다.
4월 28일 방송된 1회에서 진행자 김어준 총수는 “BBK 특검팀이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물타기용으로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 소송을 터트렸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법무법인 ‘바른’이 공통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을 결정적인 근거로 삼았다.
자동차 운전면허 간소화 역시 ‘가카(이명박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말)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시험을 쉽게 만들면 잠재 고객이 늘어 그만큼 차를 많이 팔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당시 나꼼수 팀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주)다스에 주목했는데 이 회사에는 이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씨가 다니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 설립은 사회 환원이 아닌 ‘사위 환원’이라고 평가절하했고, 인천공항 민영화는 ‘선진 경영 도입을 위한 매각이 아닌 각하와 그 친인척들이 매입하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대통령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를 까발리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이 생착률이 높기로 소문난 강남 모 클리닉에서 머리를 심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평소 개고기 수육을 즐겨 드시는데 한 번도 인원수대로 시킨 적은 없었다”는 시시콜콜한 일화도 들려줬다. 이야기의 출처이자 보신탕집을 운영했던 여주인은 민주당 홍정석 경기도의원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꿈은 재벌이 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친구들과 골프 내기를 하면서 일부러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한 기자가 결혼을 했을 때 축의금을 내지 않고 ‘한국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서 괜찮다’고 말했다”고 언급하는 등 돈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최근 26회 방송에서는 선관위가 10·26 재보선 투표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갑작스럽게 투표 장소를 바꾼 후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하도록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후 디도스 공격이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 역시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된 바 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