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라면 자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삼자에게 털어놓고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를테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식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떨까. 애플 앱스토어에 무료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앱) ‘고민의 구슬’은 지금까지 선보인 운세 앱과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돋보인다.
앱을 구동하면 마치 중세시대 마녀들이 사용했을 법한 수정구가 등장한다. 이 수정구를 응시하고 마음속으로 고민을 생각하면서 세 번 두드린다. 그 다음 손가락으로 수정구를 문지르면 고민에 대해 수정구가 응답한다. 답변은 간단하면서도 모호하다. 예를 들어 “당신은 할 수 없을 거예요”라든지, “생각만 하세요” 등이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 해석은 어디까지나 이용자에게 달렸다.
물론 이 앱의 결론은 비과학적이며 모호하다. 그럴싸한 각종 문구를 준비해두고 그때마다 무작위로 내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로카드를 비롯한 각종 점 역시 비과학적이고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이야기다.
이 앱은 그저 답답한 마음을 풀기에 적당해 보인다. 간혹 극단적으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재미로 보거나 혹은 참고하며 위안 삼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미 사용해 본 이용자들은 의외로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적잖이 한다. 고민이 깊을수록 오히려 귀는 얇아지기 때문인 듯싶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