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전폭 지원 박 부사장 이사회 진입 목전…동생 박주형 상무 한 발 물러선 모양, 박철완 불씨는 아직 남아
#등기임원 되는 장남 박준경, 지배력 높이나
최근 금호석유는 오는 7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주주들은 회사 결정에 힘을 싣는 경향을 보여 왔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등 사측 안건이 68.6%의 동의율로 통과됐다. 금호석유 정관에 따라, 사내이사 선임을 위해서는 주총에 출석한 주주 50% 이상이 동의하면 된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석유 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사내이사 선임은 경영권 승계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명분도 갖췄다. 지난해 회사는 매출 8조 4618억 원, 영업이익 2조 4068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여기에는 2010년부터 금호석유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지난해부터 영업본부장 자리에 오른 박준경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 나왔다.
박찬구 회장은 장남인 박준경 부사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금호석유 계열사 금오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 5000만 원을 박 부사장에게 담보 없이 저리로 빌려줬다. 해당 혐의는 2018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박 부사장은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을 거쳐 금호석유 해외영업팀 부장으로 막 발걸음을 옮긴 때였다. 지난해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 대표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오너 없는 이사회가 꾸려졌다. 불과 1년 만에 박준경 부사장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려는 데는 후계 경영권 다툼의 여지를 줄이려는 뜻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박철완 전 상무와의 불씨는 남아있다. 박찬구 회장(6.73%)과 아들 박준경 부사장(7.21%), 딸 박주형 상무(0.98%)의 지분을 합하면 14.92%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는 지분 8.5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박철완 전 상무 측 우호 지분을 합치면 10.22%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사회에 들어가야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분 승계 시점 논하기는 일러
선의의 경쟁을 벌여온 박준경 부사장의 동생 박주형 상무는 후계 정점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 박 부사장이 기업을 총괄하는 식으로 승계가 완료되더라도, 박 상무도 안방 살림을 챙기는 식의 역할을 담당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주형 상무는 2015년 금호석유 구매 및 자금 담당 상무로 회사에 발을 들인 이후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해 금호석유 전무로 승진한 그는 그룹 돈줄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16년 금호석유 계열사 금호피앤비화학의 사내이사직에 오른 후, 지난 3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박준경 부사장과 함께 금호폴리켐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지난 3월 박찬구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퇴한 박철완 전 상무 측은 최근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보유지분을 늘리지 않았고, 아직은 주주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기주주총회가 아닌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것이라, 특별한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후문이 나온다.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권 승계를 요구하기에는 명분이 약해진 면도 없지 않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를 상대로 표 대결을 벌였으나, 사측 안건이 대부분 통과되며 연달아 완패했다. 지난해 정기주총 이후 해고된 그는 여전히 경영에는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금호석유의 3세 경영 시대는 이제 막 막을 올린 상태다. 따라서 지분 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거나 완료될 시점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승계 작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너 일가가 쓸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보유주식 203만 9629주 중 약 69.17%인 141만 751주가 주식담보대출 담보로 잡혀있다. 박준경 부사장은 보유 주식 218만 3120주 모두 담보로 잡혀있다.
일단 장남인 박 부사장이 후계 경영권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신사업 등에서의 성과를 지속해서 입증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라텍스 시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금호석유는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해 글로벌 1위 지위를 수성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또 이 회사의 사업은 고무 분야에만 집중돼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해 성장성을 갖춘 사업 포트폴리오를 마련하는 게 (박 부사장에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금호석유 관계자는 “백종훈 대표이사 부사장이 총괄 개념으로 되면서, 영업과 재무 분야 사내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회사 내 핵심 보직을 맡은 임원 중 박준경 영업본부장 부사장을 선출을 하게 됐다”며 “3세 경영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승계가 이뤄진다는 등의 내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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