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지원 중단으로 미신고 늘어…또 다른 대유행 오면 상황 악화 우려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보건당국에 신고 되지 않는 확진자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보건당국이 집계해서 발표하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만 보고 안도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자칫 가을 대유행이나 새로운 변이로 인한 대유행에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6월 12일 3000명대로 내려갔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월요일인 13일 다시 9778명으로 올라갔고 14일 9435명, 15일 7994명을 기록했다. 주말 효과가 끝난 뒤 다시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상승했지만 6월 둘째 주까지 이어진 1만 명대 이상의 확진자 규모는 아니다. 다소 속도가 더뎌졌지만 감소 추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은 것은 1월 21일로 106.62명이었다. 오미크론 대유행의 시작점이 바로 이즈음으로 정점은 3월 17일 7893.89명이었다. 그리고 6월 14일 기준 167.84명까지 떨어졌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확하게 끝났다고 선언하려면 1월 21일 이전, 그러니까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에서 200명대로 내려온 것은 5월 31일이고, 200명대에서 100명대로 내려온 것은 6월 6일로 7일 정도 걸렸다. 유행 규모가 줄어들수록 하향세도 더뎌지긴 하지만 늦어도 6월 이내엔 100명 이하를 기록하며 오미크론 대유행이 완전히 끝날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까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확연히 적은 확진자 수를 유지했던 대한민국은 그만큼 혹독한 대유행을 겪었다. 특히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을 지나던 3월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행 규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도 압도적인 수준으로. 적극적인 방역 정책이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켜 일종의 함정이 된 것인데 다행히 정점을 지난 뒤에는 다시 순작용을 일으켰다. 그 덕분에 정점까지의 가파른 상승세만큼이나 급격하게 유행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가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을 지난 뒤 재유행을 겪었으며 어느 정도 하향세가 이어진 뒤 유행 규모가 유지돼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가진 못했다.
문제는 현재의 코로나19 진단 방식이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에는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당국이 밀접접촉자를 구분해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확진자를 찾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현재는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를 따로 추적하지 않으며 PCR 검사도 일부 대상자에게만 시행한다. 대부분의 시민은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해 직접 검사를 하거나 병원을 찾아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아무래도 PCR 검사에 비해 자가진단키트와 병원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져 감염됐음에도 음성으로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무증상이라 검사조차 해보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치유된 사례도 많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에는 무증상일지라도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자로 구분돼 의무적으로 PCR 검사를 받아 확진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섰던 검사 대기자들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고, 임시 선별진료소는 아예 문을 닫았다.
확진자를 찾기 위한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추적·관찰이 사라진 데다 확진 사실을 알고도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원래 1급 감염병으로 구분돼 확진 사실을 알면 즉시 신고를 해야 했는데, 4월 25일부터 2급 감염병이 돼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증상이 있어 직접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생활지원금, 방역물품, 건강모니터링 등의 확진자 지원 정책이 대부분 폐지된 터라 굳이 신고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확진자들이 많아지면서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 의무까지 폐지된다면 자가진단키트로 감염 사실을 파악하고도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프만 보면 대한민국은 매우 이상적일 만큼 완벽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현실과는 꽤 차이가 날 수 있다.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간 확진자와 확진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확진자를 더한 실제 확진자 수와 방역당국에 신고돼 통계에 잡힌 확진자 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 예를 들어 방역당국에서 하루 1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할지라도 실제로는 수천 명 이상의 확진자가 더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방역당국이 정확한 확진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은 자칫 향후 새로운 위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실제보다 확진자 규모가 낮게 파악돼 방역정책의 방향성에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러스 활동성이 강해지는 가을 이후 다시 대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고, ‘파이’라 명명될 오미크론 이후의 새로운 변이가 등장해 다시 대유행이 시작될 수도 있다. 방역당국이 확진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대유행 등 또 다른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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